출고가 책정 각국 소비여력 반영…한국만 낮출 명분 부족
해외기업 명확한 기준 제시 의문…국내 기업 역차별 우려
통신비 인하 위해서는 ‘포퓰리즘’ 버려야…관망 자세 필요
KT M&S 광화문 직영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이건엄 기자
정부가 어떻게든 통신비를 인하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도 완전자급제와 같은 골목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급진적인 제도는 도입이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고민 와중에 나온 대안이 바로 통신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별도로 공시하는 분리공시제 재추진이다.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해 과열 경쟁을 막는 한편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까지 ‘일거양득’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이미 인사청문회에서 분리공시제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두 차례 무산 됐던 과거 보다는 도입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문제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주 무대가 글로벌 시장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한국만의 분리공시제 도입이 얼마만큼의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냐는 것이다.
각국의 소비 여력을 반영해 출고가가 정해지기 마련인데 분리 공시제는 전적으로 이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미 북미와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시장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선지 오래다.
내수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에서 분리 공시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출고가를 당장 낮추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온라인 중계를 하게 된 올해를 제외하고 갤럭시 언팩 행사가 매년 미국에서 진행되는 점만 보더라도 한국 시장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고민해 봐야 될 부분은 한국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다. 애플 등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에게도 지원금 공시의 의무를 명확히 하지 못한다면 한국 기업만 옭아매는 모순적인 제도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없고 기업들의 자율의지에 맡겨진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가 해외 기업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유명무실해진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출시에 있어 통신사의 입김보다는 제조사의 영향력이 우위에 선지 오래다. 또 한국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장 논리는 무시한 채 ‘포퓰리즘’에 의한 제도는 한국만의 ‘찻잔 속 태풍’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정말 통신비 인하에 뜻이 있다면 정책 추진에 매몰되는 현재의 모습은 버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정 수준에 거리를 두고 시장을 관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업자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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