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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죽자? 車업계 노조, 너도나도 "12만원 올려"


입력 2020.07.29 06:00 수정 2020.07.28 15:1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업 실적악화 무시하고 상급단체 금속노조 지침대로 거액 인상 요구

현대·기아차 노조, "이익 30% 성과급 달라"…미래 투자는 '나 몰라라'

한국GM 노조, 적자탈출도 못했는데 자구안 뒤흔들어…회생계획 위기

현대차 노사 교섭위원들이 2019년 5월 30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2019년도 임금·단체협약 상견례를 갖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차 노사 교섭위원들이 2019년 5월 30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2019년도 임금·단체협약 상견례를 갖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국내 완성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산하 3사 노조가 일제히 월 12만원 이상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상급단체의 지침을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해당 기업이나 업종 상황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이들은 대표적인 고연봉 사업장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무급휴직 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기업 근로자들과는 형편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이 더 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산하 현대자동차지부, 기아자동차지부, 한국GM지부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모두 동일하게 기본급 월 12만304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정했다. 금속노조의 올해 임금인상 공동요구안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7일 기본급 월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1856억원으로, 이를 현대차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4600만원에 달한다.


요구안에는 연간 174만대 가량의 국내공장 생산량 유지, 해외공장 추가 생산 물량의 국내 이전, 고용안정 기금 마련, 완전 고용 보장을 위한 노사 사회적 합의, 정년 퇴직자를 단기 고용해 활용하는 시니어 촉탁 제도 연장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 노사는 사측의 노조측 요구안 검토 기간을 가진 뒤 여름휴가 이후인 13일께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아차 노조도 최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기본급은 현대차 노조와 동일한 월 12만304원을 인상하고, 성과급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인당 5700만원에 달하는 액수다.


별도요구안은 현대차 노조보다 무리한 내용이 많다. 전기차·수소차 생산라인 및 핵심부품 공장 내 생산, 노동강도 완화 및 환경개선을 위한 4500억원 투자, 상여금 및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의 통상임금 확대 적용, 본인수당 인상, 부품사 단가 인상, 사회공헌기금 영업이익의 0.5% 출연, 중식시간 유급화 등이 요구안에 담겼다.


기아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왼쪽)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자치부 기아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최종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왼쪽)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자치부

한국GM 노사는 이미 지난 22일 상견례에 이어 23일 2차 교섭에서 노조 요구안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에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400%에 추가로 6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평균 2200만원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TC수당을 500% 인상해 줄 것도 요구했다. 지난 2018년 유동성 위기 당시 축소했던 각종 복리후생의 복원도 요구사항에 넣었다.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적 악화로 노조측에 임금 동결을 호소해야 할 판이다.


현대차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2.3% 감소한 5903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기아차도 72.8% 감소한 1451억원의 영업이익에 머물렀다. 그나마도 환율효과와 신차효과, 국내 시장에서의 개소세 감면 등에 힘입어 선방한 실적이 이 정도다.


하반기에는 개소세 감면폭도 줄고 신차효과도 희석돼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GM은 내수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급감해 적자 가능성이 높다. 당초 올해를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터닝 포인트로 잡았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연간 실적까지 적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형편이다.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자칫 기업의 영속성과 고용안정까지 뒤흔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노조의 요구를 따른다면 기본급 인상에 따른 고정비 부담은 물론, 수익의 대부분을 성과급과 노동강도 완화 투자금, 사회공헌비용 등에 고스란히 쏟아 붓느라 미래 투자는 접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는 가운데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가 동결된다면 현대·기아차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


한국GM은 2018년 유동성 위기 당시 노조의 고통분담에 기반한 자구안을 전제로 최대주주 제너럴모터스(GM)가 회생을 위한 자금 지원과 신차 배정을 약속한 상태다.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자구안이 무용지물이 된다면 GM 본사의 회생지원 계획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수 있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잇속만 채우겠다는 자동차업계 노조의 폭거에 업계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이미 인터넷상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거나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야 노조가 정신 차린다는 등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도 현실적으로 금속노조 공동요구안(12만304원)이 수용될 것으로는 생각지 않겠지만, 애초에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런 무리한 요구를 내놓겠다는 노동계의 발상 자체가 안타깝다”면서 “기업이 무너지면 아무리 떼를 써도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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