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누적 수입액 기준 미국 1위 올라…2007년 이후 13년 만
작년 1~2위 중국‧일본은 올해 4위, 9위로 추락
FTA 체결로 미국‧유럽 맥주 무관세 적용, 가격경쟁력도 높아져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7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불매운동 영향으로 일본 맥주가 여전히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코로나 영향으로 중국 맥주에 대한 선호도도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미국,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미국과 유럽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하면서 수입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국가별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맥주 수입액은 1억7521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2억1998만달러 대비 20.4% 감소했다. 수출액은 5411만달러로 작년 1억1733만달러 대비 53.9%로 반토막이 났다.
국가별 상반기 누적 수입액 기준으로 보면, 미국이 2005만달러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네덜란드(1871만달러), 벨기에(1693만달러)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미국 맥주가 국가별 수입맥주 순위에서 1위에 오른 것은 2007년 이후 13년 만이다.
작년에는 중국과 일본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지역 비중이 높았지만 작년 7월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 영향과 올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올해는 순위가 모두 하락했다. 중국은 작년 상반기 1위에서 올 상반기 4위로, 같은 기간 일본은 2위에서 9위로 순위가 추락했다.
10위권 안에는 미국, 중국, 일본을 제외하고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폴란드, 아일랜드, 덴마크, 체코 등 등 7곳 모두 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작년 일본 불매운동과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수입맥주 시장의 변화를 이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작년 불매운동 여파로 순위가 하락한 일본을 대신해 중국 맥주가 수입맥주 시장의 맹주로 부상했지만 코로나19 진원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국 맥주도 선호도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여름 성수기를 기점으로 국내에서 중국 맥주에 대한 광고, 마케팅이 재개되면서 지난달에는 중국 맥주가 다시 1위로 올라서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수입맥주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무관세 정책으로 미국과 유럽 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점도 수입맥주 시장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8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미국과 유럽 맥주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입맥주 판매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와 편의점들은 차별화 품목으로 수입맥주를 선택했다.
기존에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제품들을 직수입 형태로 들여오면서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무관세 적용으로 가격은 더욱 낮아지게 됐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중국 맥주 일색이던 수입맥주 시장이 미국과 유럽 등 다양한 국가로 확대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국가에서도 꾸준히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태 초기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소비자 인식이 수입 맥주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