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시장 치열해 항상 고민
세븐틴 우지·호시, 에너지 대단
우지, 대한민국 탑라이너 중 최고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작곡가 민식이(최민식)는 2010년 화요비의 '늦은 사랑'으로 데뷔해 신효범 '입술이 터지고 심장이 닳도록', 홍경민 '이길의 끝에서', 세븐틴 '에이틴', '심플', '사랑쪽지', '날 쏘고 가라', 시윤 '바디'(Body),god '눈을 맞춰', 에이비식스 '선셋'(Sunset), '기대' 등 발라드부터 아이돌 그룹 음악까지 폭넓게 만들어왔다.
데뷔곡 '늦은 사랑'이 1위를 하고, 발라드 음악에 두각을 드러냈던 민식이는 댄스곡 역시 유려하게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두고 3년의 시간과 공을 들였다. 발라드란 장르 하나에만 매몰돼 있고 싶지 않았고, 장르를 막론하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가 되고 싶단 생각에 3년의 시간을 몰두할 수 있었다.
"계속 발라드만 쓸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발라드와 댄스는 노선이 극과 극이라, 댄스 작곡가로 가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3년 정도는 계속 댄스곡을 만들기 위해 공부와 작업을 반복했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세븐틴의 '심플'입니다. 그런데 제가 만든 노래는 한국스럽지 않고 팝스럽더라고요. 그렇게 외골수처럼 댄스곡을 팠던 경험이 요즘에는 많이 도움이 되요. 세븐틴 노래를 여러 곡 작업하며 감 잡았죠."
민식이의 꿈은 작곡가가 아닌 가구디자이너였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누나, 형의 영향을 받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기타를 시작했고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학창시절 연필이 아닌 기타를 손에 쥔다는 것을 반기지 않았고, 그는 가출까지 감행했다. 일주일로 막을 내린 짧은 가출이었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음악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기타를 연주할 수 있게 된 그는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다. 사실 작곡도 밴드 활동을 위해 시작했던 것이었다. 민식이는 스스로도 작곡가가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웃어보였다.
"밴드를 하다보니, 노래를 부를 곡이 필요하더라고요. 배운건 없지만 직접 곡을 써보기 시작했어요. 그 밴드가 바이브 형님들의 회사랑 계약을 맺었는데, 류재현 형이 곡을 쓰는걸 보고 옆에서 배우기 시작했죠. 그렇게 해서 처음 만든 노래가 박화요비 '늦은 사랑'이었습니다. 발라드의 '발'자도 몰랐는데 바이브 분들이 잘하는 음악을 옆에서 보고 들으니 자연스럽게 발라드로 시작하게 됐어요."
민식이는 현재 동네형, 원영현 등과 함께 붐바스틱이란 작곡팀으로 활동 중이다. 소속사로부터 작곡 요청이 들어오면 누가 곡의 선장이 돼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역할을 나눈다.
"저희는 콘셉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회사 측에서 요청한 것들을 그대로 가져가진 않고 발전시켜서 또 다른 콘셉트를 만들어내려고 하죠. 그렇다고 절대 우리만의 생각대로 콘셉트를 정하진 않아요. 하나의 아이돌 그룹이 데뷔, 컴백하기까지 많은 직원들이 회의를 거듭하고 노력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저희는 그걸 토대로 곡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곡을 만들려고 합니다."
민식이는 함께 협업했던 세븐틴 우지, 호시의 프로듀싱, 랩메이킹 능력을 높이 샀다. 특히 우지에 대해선 대한민국 최고의 탑라이너라는 극찬을 했다.
"우지는 센스가 있어요. 음악 만들어오는거 들어보면 너무 잘해서 매번 놀라요. 호시의 랩메이킹도 그 친구만의 엣지가 있고요. 둘 다 너무 잘해요. 확실히 곡을 쓰는 친구들은 음악에 확신과 열정이 있어요. 그 친구들 보면서 '난 저 때 뭐했지'란 생각도 합니다.(웃음)"
작곡가로서 가장 뿌듯 할 때는 자신의 곡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때였다. 민식이는 데뷔곡 '늦은 사랑'이 1위 했을 때,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서빙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는데 제 노래가 1위를 했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벅차고 기분도 좋았고요. 얼마 전에 막걸리 집에서 화요비 '늦은 사랑'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아직까지 들어주는 분들이 있다는게 정말 너무 감사해요. 또 세븐틴이 '에이틴'으로 1등했을 때도 기뻤어요."
민식이는 작곡가로 활동하며 슬럼프를 느낀 순간은 언제였냐는 물음에 한 순간도 슬럼프가 아닌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민식이는 슬럼프를 번아웃, 우울감이란 의미보단,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돈을 볼 때도 슬럼프고 안볼 때도 슬럼프인 것 같아요. 이 시장이 치열하다보니까 항상 긴장을 하고 작업해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곡을 만들지 항상 고민해야 하고요. 아마추어 때는 '프로만의 세계가 있을거야'라고 생각했는데, 프로가 되도 고민하는건 똑같더라고요."
그는 작곡가가 되려는 지망생들에게 '음악만 잘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업이기 때문에 음악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만 생각하면 볼 수 있는 시야가 좁아진다고 강조했다.
"음악은 패션과 똑같은거 같아요. 패션은 색감, 디자인, 핏 등이 같이 맞물려서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지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죠. '난 음악만 잘해야지' 이런 생각은 이제 안돼요.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패션, 미술, 안무, 디자인 등에도 전반적인 센스가 있어야 합니다. 전체적인걸 봐야하니까요. 또 카피를 많이 해보길 바라요. 그러면서 내 색깔을 만들어나가야합니다. 작곡가라면 귀에 들리는건 똑같이 카피할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들리는 음악에 답이 다 나와있어요."
민식이는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듀싱 앨범을 발표해 자신의 색깔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남은 목표다. 그 목표의 끝은 빌보드 진출이다.
"현재 곡은 다 준비가 돼 있고 뮤직비디오를 곧 찍을 예정입니다. 잘 하는 친구들을 섭외했어요. 저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