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기판 사업부 이어 왕산레저개발도 팔려
제주 사택 이어 자회사 유휴 자산 매각도 예상
송현동 부지 매각 합의 무산으로 유동성 확보 차질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의 갑작스런 입장 선회로 난항을 겪으면서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차질이 우려된다.
기내식·기내판매 사업부에 이어 매각이 추진됐던 왕산레저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고 제주 연동 사택 등 유휴 자산들도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송현동 부지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왕산레저개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칸서스·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거래대금은 1300억원으로 내년 2월경 거래가 마무리될 계획이다.
왕산레저개발은 지난 2016년 준공된 해양 레저 시설 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비주력 사업과 유휴 자산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경영난이 불거진 상황에서 채권단과 약속한 자구책을 이행하고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다.
지난 8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기내식과 기내 면세품 판매(기판)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다. 딜 클로징(계약 완료)이 이뤄지면 9906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7월 제주 연동 사택을 매각해 420억원을 확보한 상태로 자회사 한국공항의 제주도 연동빌딩 등 추가 자산 매각도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함께 매각이 추진됐던 송현동 부지는 5개월만에 접점을 찾으면서 매각이 실현되는 듯 했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당초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자금 마련 차원에서 민간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서울시가 올해 초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공원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민간 거래가 막혀 갈등이 촉발됐다.
양측이 송현동 부지 매각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대한항공이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신청했고 지난 5개월간 권익위의 중재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이에 지난 26일 매각 최종 합의식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가 매각 합의식을 하루 앞두고 계약서 변경을 요구하며 무산됐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서울시는 계약시점을 확정하지 않고 조속한 시일내에 계약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로 문구를 변경하자고 제의했다.
이는 조정문의 구속력을 배제하는 것을 의미해 사실상 합의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으로 합의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에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매각 무산을 막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 매각이 지연되면서 대한항공의 유동성 확보 노력도 차질을 빚는 모양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업황 악화로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회사 운영자금 마련에 마음이 급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빚어질 수 있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연내 계약금 3000억원과 영구채 3000억원 등 총 6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해야 하고 인수 이후 경영을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2000%를 넘어선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수 이후 동반 부실 위험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며 “본업인 항공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비주력 사업과 유휴자산 매각이 원활히 진행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