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지원...대한항공·에어부산 내년 신청 가능성
코로나19 장기화로 내년에도 경영난 지속...생존 위한 불가피한 선택
항공업계가 잇달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경영난 속 수혈이 이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내년에도 경영난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재도약의 발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기안기금 2호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기안기금운용심의회는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열고 제주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321억원 지원안을 의결했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고자 40조원 규모로 조성한 정책 자금이다. 지원 대상은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유·철강·항공제조 등 9개 업종이다. 지원 대상은 총차입금 5000억원(2019년말 감사보고서 기준), 근로자수 300인 이상(2020년 5월1일 기준)인 조건을 갖춘 기업이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두 번째 대상이 됐고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선 첫 번째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M&A) 협상이 결렬된 이후 기안기금 지원 대상 1호 기업으로 선정돼 2조4000억원 지원이 결정됐다.
제주항공은 기안기금 외에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채권담보부증권(P-CBO) 300억원을 지원받기로 한 상태다. 올 초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수요 급감으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수혈이 이뤄지면서 다소 숨통을 트일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에어부산도 내년 기안기금 신청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화물 사업으로 대체하면서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다. 또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일단 올해 위기는 넘긴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내년에도 여객을 중심으로 항공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결국엔 기안기금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회사 운영 등으로 인한 자금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양사 합병이 이뤄져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사를 통해 내년 이후의 자금 소요 상황을 봐야하겠지만 추후 산은 등과 기안기금 등 자금 필요 여부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하며 신청 가능성을 열어놨다.
아시아나항공의 LCC 자회사인 에어부산도 내년 기안기금 신청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에어부산은 제주항공과 함께 기안기금 대상이 되는 유이한 LCC다.
에어부산은 앞서 지난 7~8일 양일간 진행한 우리사주 및 구주주 청약에서 약 802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은 항공기 리스료(대여료)와 유류비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인데 내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충분치 않은 규모다.
기안기금을 지원을 받게 되면 ▲향후 6개월간 근로자 수를 최소 90% 이상으로 유지 ▲주주에 대한 이익 배당, 자사주 매입 금지 ▲연봉 2억원 이상 임직원 대상 자금지원 기간 보수 동결 등의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경영난이 워낙 심각해 생존을 위해서라도 운영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대형항공사의 경우 보유 자산 매각 등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지만 LCC는 정부 지원과 유상증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몇 항공사들은 지금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항공업계의 경영난은 심각하다 못해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경영난이 지속될 수 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