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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최정우, 제철소서 석탄 없애는 '큰 그림' 그린다


입력 2021.02.22 11:43 수정 2021.02.22 11:4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현대차그룹-포스코그룹, '수소환원제철' 기술 함께 개발해 '탄소중립' 달성

미래 친환경 기술 선도 위해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 급선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 세 번째)이 16일 포항 포스코에서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포스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탄소중립’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린다. 양사가 제철소에서 석탄을 없애고 수소를 투입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한 것이다.


이는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정책에 크게 기여할 프로젝트지만, 기존 철강설비를 전면 교체하고 기술 개발에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만큼 기업들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부분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지난 16일 체결한 수소사업 협력 관련 업무협약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상호 협력’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란 철강 제련 과정에서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공법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여 업계 및 정부의 탄소중립 노력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수소환원제철을 위해 대량의 수소가 필요하다는 점, 재생에너지로부터 수소를 얻기 위한 수전해 기술 등이 요구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 효과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민간이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미래 친환경 기술 개발에 나선 만큼, 해당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도입시 철강업 '오염배출산업' 오명 벗는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고배출 산업으로, 전세계적으로 환경 및 기후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철강산업은 끊임없이 탄소 배출 감축 요구를 받아왔다.


특히 환원제로 사용되는 탄소를 수소로 대체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핵심적인 공법으로 지목돼 왔다.


정의선 회장과 최정우 회장은 탄소배출 저감을 획기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이 기술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국내 1,2위 철강업체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소연료 소비(수소전기차), 생산(부생수소 및 가스전 개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란 철강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세대 공법이다.


기존 철강 제조 공정인 석탄환원제철의 경우 철강의 원료인 철광석으로부터 순수한 철을 생산하기 위해 석탄을 환원제로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보통 철강 1t당 약 2t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함으로써 제조공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환원제로 사용되는 수소 또한 수력,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그린수소를 주로 활용하게 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철강산업 전면 구조개편…철강 생태계 주도권 확보 경쟁


다만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도입은 철강산업의 전면적인 구조개편을 의미한다. 현재, 고품질 철강재인 자동차 및 선박용 강판 등은 석탄을 활용한 고로 공법으로부터 대부분 생산되고 있는 반면,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도입은 기존 고로를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철강제조설비로의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 기술로, 향후 상용화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기술 개발 기간이 소요되며 대규모 투자 등이 수반돼야 한다.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기술 개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점들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환경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고, 해외 경쟁사들이 발빠른 대응에 나서는 상황도 양사가 손잡는 계기가 됐다.


미국은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며 탄소중립 정책을 본격화할 것임을 표명했으며, 유럽연합(EU)·미국·중국 등이 탄소 배출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7월 그린뉴딜 전략에 이어 12월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공개하고, 연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흐름 속에 향후 철강산업은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대표되는 탄소중립 제철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선점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철강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앞서 지난 1월 우리 철강업계도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하고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을 개발해 탄소중립 제철소를 구현하겠다는 내용의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번에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협력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업계 및 국가간 기술 개발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통해 범국가적으로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달성 노력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환원제철에 대규모 수소 필요…수소경제 전환 앞당겨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사용되는 수소 공급을 위한 생산, 수송, 저장, 이용 등 수소 관련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 효과도 주목된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수소 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효과도 기대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적용을 위해서는 연간 약 500만t의 수소가 필요한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로부터의 그린수소 도입이 활성화되고 수소 생산을 위한 해외 프로젝트 참여도 더욱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철강산업은 수소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친환경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수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철강산업을 넘어 산업 전반에서 수소에너지의 이용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와 맞물려 수소전기차 보급이 더욱 확대되고,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하는 발전사업 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은 단순히 수소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수소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수소경제로의 본격 전환이 가시화되고, 수소 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인프라 측면 리스크 커…정부 정책적 뒷받침 절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의 협력으로 우리나라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서 한발 앞서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여전히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개발 및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노력이 뒷받침되는 ‘팀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핵심인 수소는 석탄에 비해 가격이 높아 이를 석탄과 같은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생산, 운송, 저장 등 제반 인프라의 확보 여부 또한 기술 개발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환원제철로 생산된 철강제품의 가격 상승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 같은 우려 요인들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업계의 기술 개발 노력 또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 관계자는 "“소환원제철 기술이 미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임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등에 있어 지원이 없으면 개발이 탄력을 받기 어렵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트리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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