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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㉜] 조윤경 "작사가, 노래에만 국한된 직업 아냐"


입력 2021.03.13 08:36 수정 2021.03.13 10:4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002년 보아 '리슨 투 마이 하트' 국내 번안곡으로 데뷔

2017년 가온차트 올해의 작사가상 수상

ⓒ본인제공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조윤경 작사가 2002년 노래 '보아 - Listen To My Heart' 한글작사로 데뷔해, 노래에 글을 입힌지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의 대표곡들은 에프엑스 츄(Chu~♡), 샤이니 '셜록', '클루'(Clue), 태티서 '트윙클', 엑소 '베이비 돈 크라이'(Baby don't cry), '러브샷'(Love shot), 소녀시대 '미스터 미스터'(MR MR), 태연 'U R', 레드벨벳 '루키'(Rookie), SF9' 라이어'(liar) 더보이즈 '자각몽', '체크메이트' 등 누구나 알 수 있는 대표곡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이즈원, 여자친구, 베리베리, 아스트로 등 인기 아이돌 가수들의 가사를 작업했다.


2017년에는 제6회 가온차트 뮤직어워드 올해의 작사가상을 받으며 실력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글과 가수 신화를 좋아했던 그는, 남들보다 조금 빨리 작사계에 입문했다. 지금은 사라진 SM의 '스타라이트'란 오디션에 합격해 학창시절부터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중학교 때 SM 소속 가수 CD를 사면 '스타라이트'란 오디션이 있었어요. 포트폴리오를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써 있길래 간단하게 제 마음대로 쓴 텍스트를 보냈는데 연락을 주셨어요. 그 때 계약하자고 하셔서 SM 전속으로 작사를 시작했어요. 트레이닝처럼 번안 연습을 시키셨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보아의 일본 곡 '리슨 투 마이 하트' 번안 가사로 입봉했어요. 모든 일이든지 처음에 시작할 때 재일 재밌잖아요. 그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너무 즐겁다'란 기분으로 일을 했어요."


아직 30대지만, 10대부터 시작한 덕분에 작사 분야에 오랜 경력을 가지게 됐다. 10년이 훌쩍 넘어가도록 작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트렌드와 가수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다.


"가사의 유행이 곡을 유행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2000년대 초반에 후크송이 유행할 땐 단순하고 똑같은 가사 반복에 집중을 했어요. 인디신에서는 의식의 흐름대로 지금 기분에 대한 가사가 많더라고요. 그런걸 보면 참신하고 신기하단 생각을 해요. 가사에 대해 항상 고민이 많아요. 이것저것 모니터하면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맞춰야지만 일을 오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조윤경 작사가는 글을 쓰는 직업이 노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이에 MBC와 KBS에서 방송 작가 생활을 하기도 했다. KBS '일말의 순정'이 조윤경 작사가의 작품이었다. 시트콤 작가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시트콤이 만들어지고 있지않아 예능적 성향을 살려 드라마도 꾸준히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권현빈 주연의 웹드라마 '카페 킬리만자로'를 쓰기도 했다.


"모든게 결국엔 이야기란 카테고리 안에서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글을 쓰는 업무는 다방면으로 기회되는 것들을 해보려 해요. 그래서 방송 작가를 했고요. 작사가는 프리랜서라 신용카드 하나 만들려고 해도 소속이 없어서 쉽지 않아요. 어딘가 묶이지 않을거라면, 여러가지에 도전하면서 해소하는 편입니다."


조윤경 작사가는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4월에는 자신이 썼던 노래 중 12곡을 추려 하나의 서사로 엮어 낸 이야기집 '너의 세상으로'란 책을 출판한다.


"보아, 슈퍼주니어, 에프엑스, 샤이니, 엑소, 태연, 더보이즈 분들께서 불러주셨던 노래 중에서 전체 톤에 잘 맞을 것 같은 곡들로 고민을 해서 구성했어요. 번외로 각각의 곡들의 작업기도 짤막하게 붙을 예정이예요. 메인 타이틀이 '너의 세상으로'인데, 해당 곡을 들어보신 분들은 큰 내용이 짐작 가능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시작한 조윤경 작사가는 소속 가수들이 많고 인기가 높은 덕분에 좋은 위치에서 출발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작사가로 데뷔하는 방법은 학원, 퍼블리싱, 음악 관계자의 인맥을 통해야 한다. 음악과 관계가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상,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학원 등록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학원에 등록한 후 많은 경쟁자들과 경합해 엔터테인먼트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조 작사가가 데뷔할 당시와는 많이 달라진 환경이다.


"지금 시작하는 작가님들은 데모를 받고, 보내기 위해 학원에 가고, 무한 경쟁을 하는데, 제가 만약 시작을 그렇게 했다면 매일 울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지금 시작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무한경쟁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이런 비본질적인 것들을 고민하는게 힘들어요. 잘 안되더라도 '내가 못하나보다'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원인을 다른데서 찾게되잖아요. 학원을 오래 다니거나, 그렇게 해서 자리잡고 활동하시는 분들은 멘탈이 강한 분들인 것 같아요."


조윤경 작사가는 작업하는 가수를 비지니스 상대로 바라보지만, 최근 자신의 노래로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낸 더보이즈의 무대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그 무대는 바로 엠넷 '로드 투 킹덤'에 출연한 더보이즈의 '체크 메이트'였다.


"너무 집중해서 만족도를 느낄 틈도 없었어요. 인터넷으로 '아이고 감사합니다'란 마음으로 다시보기 하고 있어요. 신화 이후에 이런 팬심을 갖게 된 건 오랜만이었어요."


조윤경 작사가의 특징은 콘셉트와 테마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예로 앞서 언급한 '체크 메이트'는 체스판을 테마로 체스판 위에서 말을 밀고 당기는 전략과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가사로 담아냈다.


"제 취향이 그래요. 요새는 회사에서 리드를 디테일하게 주실 때가 많아요. 콘섭트부터 내용까지요. 그런 곡들을 할 때 조금 불리하다고 느껴요. 제 가사는 포멀하게 다른 누구의 가사와 섞이지 않더라고요. 일반적으로 다른 작가의 글과 섞일 수 있으면 공동작사라도 이름을 올릴 수 있을텐데 말이죠.(웃음) 일을 하며 베긴 습관이 있다보니 제 색이 조금 강한 것 같아요. 제가 이야기와 흐름을 짜고 그 안에서 가사가 나와서 다른 곡과 섞이긴 애매하죠. 좋게 말해서 잘 나오면 시너지가 좋은데 안좋게 말하면 그대로 안드로메다 행인거죠. 하하."


그가 작사가로 활동하며 가장 뿌듯함을 느꼈던 점은 아티스트에게 가사가 좋다고 칭찬 받을 때다. 대중이 듣고 공감해주는 것도 좋지만 아티스트가 자신의 가사를 잘 이해해 노래를 부를 땐 그저 짜릿하다.


"아티스트에게 칭찬 받을 때 정말 기분 좋아요. 가끔 A&R 관계자분께서 아티스트가 가사를 칭찬한 내용을 보내주세요. 비록 제가 녹음실에 가서 부르는 걸 직접 보진 못하지만 제 가사를 고민해 표현해줬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남달라요. 그럴 때마다 아티스트와 저와의 호흡이 좋구나란것도 느끼고요. 최근에 더보이즈 선우 씨가 브이앱에서 언급해주셔서 기분이 참 좋았어요. 그리고 수호 씨도 '암막커튼'이란 가사가 너무 좋다고 해주셔서 보람을 느꼈죠."


조윤경 작사가는 12일 방송한 JTBC '신비한 레코드샵'에 김이나, 황현과 함께 작사가 특집으로 출연했다. 이는 그에게 특별한 경험이 됐다. '작사가로의 나' 의 이야기를 할 기회는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 어투가 정제되고 단정한 편이 아니라 혹시라도 말이든 글이든 실수가 있을까봐 일이나 작품에 대한 말을 아끼는 편인데 애초에 그런 자리니까 그냥 두서없이 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긴장을 해서 중간중간 질문을 잊어버리려고 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작사가 김이나와 프로듀서 황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들의 작업 방식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점은 좋은 자극제가 됐다.


"워낙 훌륭한 작가님들 사이에서 혼자 긴장했는데 이야기하다보니 작가로서의 고민들은 대체로 비슷비슷 하다는 게 느껴졌고 그러다 보니 마음도 점점 편해졌어요. 작품과 일에 대한 애정을 얼만큼 가지고 있어야 '김이나', '황현' 이라는 브랜드가 되는지 새삼 감탄했어요. 이 일을 더 열심히 하고싶고 잘 하고 싶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랜 시간 일을 하며 고비와 고충도 있었다. 혼자 하는 일이다보니 자신과의 싸움이 외롭고 지칠 때도 많았다.


"회사를 다니면 진급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 일은 그런게 없어요. 데모를 받는 순간 저나 이제 막 시작한 분들이나 똑같은 출발점에서 다시 달리기를 해야 해요. 나태해질 수가 없죠. 제가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숙련도나 기술적으로 좋은 지점이 있겠지만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오는 가사는 막힘없는 아이디어들이 있더라고요. 전 그걸 따라갈 수가 없어요. 낯선 이름인데 내용이 너무 좋으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 퇴근이 없는 삶이라는 것도 고충이죠. 일을 하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듣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러면 자연적으로 '뭘 써야하지' 고민하게 되고요."


많은 예비 작사가들이 조윤경 작사가를 롤모델 삼아 오늘도 꿈을 꾸고 있다. 그들에게 조 작사가가 건넨 말은 '버텨야 한다'였다. 또 거듭된 실패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지 말라는 온기있는 말을 건넸다. 고진감래의 마음으로 실력있는 작사가들이 케이팝 시장에 진입해 완성도 높은 가사를 만들어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직업은 장기전이라고 생각해요. 학원비까지 지출하며 이 기간을 견뎌야 하는거죠. 업계 선배로서 제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부분이죠. 그걸 버텨내야 한 곡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노래가 픽스 됐다고 해도 바로 녹음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잘 없어요. 수정을 거듭해야하죠. 이 수정이 공부가 많이 됩니다. 수정을 한 번 하고 내 곡이 나오는 경험을 하면 능력이 수직으로 올라가요. 처음 한 번 하기까지가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상처 받지 말고 잘 견뎌줬으면 좋겠어요. 곡이 떨어질 때마다 '내가 못하나' 고민하고 자신감이 떨어지게 되는데, 그러면 일을 하기가 힘들어요.어느 정도 자기 잘난 맛에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후배 작가님들이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채택되지 않은 이유 중 본인이 못한건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지 전부가 아니다'란 말을 꼭 해줘요. 기가 죽어서 스스로를 많이 갉아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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