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조사' '해체 수준'…되지도 않을 여론 진화용 대책만 '툭툭'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입력 2021.03.19 06:00  수정 2021.03.19 08:30

정부, 여론 진화 급급해 나오는 대로 던져

일주일 만에 LH 해체→환골탈태로 톤 다운

12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 LH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과 관련 이런저런 대응책을 내놓으며 악화된 여론을 진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대응방안만 해도 LH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을 하겠다거나 퇴직자들도 조사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등으로 고강도에 속한다.


하지만 해당 대책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도차가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전형적인 여론 무마용 대책이었다고 지적한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합동조사단은 퇴직자의 경우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퇴직자의 개인정보를 받을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LH 퇴직자들에 대한 의혹 규명없인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공직자 투기의 발본색원'이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1차 조사에서 투기의혹자로 걸러낸 LH 직원 20명의 대다수는 입사 30년 차 이상으로 정년퇴직을 앞둔 이들이었는데, 과거 이러한 투기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도 사태 초기만 해도 퇴직자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듯 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퇴직자는 민간인이기 때문에 조사의 한계가 있으나 전수조사 과정에서 이상 토지거래 현황이 포착될 경우 추가적인 조사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흐지부지되며 지난 11일에 있었던 1차 조사결과 발표 당시에도 퇴직자에 관한 언급은 빠졌다.


LH 개혁 방안도 비슷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정세균 국무총리는 "LH의 신뢰회복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 해체적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질타했지만, 일주일 채 지나지 않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입에서 한층 완화된 발언이 나왔다.


홍 부총리는 17일 열린 제1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방안과 LH 환골탈태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고 했다. 앞선 해체라는 수준보다는 가벼워졌다.


또 그는 "거대 공기업인 LH의 역할과 기능, 조직과 인력, 사업구조와 추진 등은 물론 청렴강화 및 윤리경영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을 면밀히 점검해 강력하면서도 가장 합리적인 혁신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미뤄봤을 때 주택 건설·분양·임대 등 조직 분리를 통해 정보 교류를 막는 식의 방안이 선택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토부 역시 최근 기획재정부·국무조정실과의 논의과정에서 이 같은 방안을 현실적 대책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적인 개선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로썬 문 대통령이 공급 대책은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2·4 대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LH의 힘을 과도하게 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정 총리의 '해체' 수준의 개혁안까지는 나오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LH 개혁 방안이 해체수준에서 환골탈태로 톤 다운 됐다"며 "조직 개편 보다는 제도적인 개혁만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의 해체 수준이라는 발언은 여론 무마용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LH 해체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LH가 하는 역할이 많다. 2.4 대책의 핵심인 고밀개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당장 해체할 수는 없다. 정부도 이를 알았을 것. 그러니까 갑자기 LH 개혁 방안을 살짝 조정한 것 아니겠냐"며 "여론을 달래기 위해 처음에는 강한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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