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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조정에 투자처 잃은 자금…파킹통장 잔액 122조


입력 2021.04.05 11:19 수정 2021.04.05 11:36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5대은행 MMDA 122조2824억...전월보다 8조8억↑

저금리·증시 조정 맞물려 증가…머니무브 판단 일러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월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시중 은행에 공급할 설 명절자금을 방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갈 곳 잃은 돈 122조원이 수시입출식예금(MMDA), 일명 ‘파킹통장’에 머물렀다. 주식시장의 박스권 조정이 길어지고, 빚투 열풍도 한 풀 꺾이면서 대기성 자금이 은행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하루만 돈을 맡겨도 예·적금 금리보다 더 많은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여진다.


MMDA는 잠시만 돈을 넣어놔도 일정 액수를 만족하면 이자를 주는 입출금 통장이다. 은행의 대표적 단기 금융상품으로 연 0.5~1%의 이자를 주는 대표적 단기 금융상품이다. 짧은 기간 돈을 맡겼다가 인출할 수 있는 특성이 차량을 잠시 주차했다가 빼는 것을 연상시켜서, 파킹통장이라 불린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MMDA 잔액은 3월 말 기준 122조2824억원으로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13조4378억원)보다 약 7.8% 더 늘어난 수준이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14.4%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3월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과 계절적 요인 등으로 5대 은행의 MMDA 잔액이 113조까지 급등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증가했다. KB국민은행 21조8996억원, NH농협은행 15조5150억원, 신한은행 15조3263억원, 우리은행 30조4964억원, 하나은행 39조45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MMDA를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 예금, 저축성예금 등 요구불예금 잔액 역시 같은 기간 소폭 상승했다. 3월말 기준 5대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56조4840억원으로 2월말 보다 18조2443억원(2.9%) 늘어났다. 요구불예금은 2월에도 28조9529억원 증가한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기상 기업들의 결제성 자금, 주식 시장 3000권 내외 박스권 조정 등으로 요구불 예금이 지난 1월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파킹 통장 역시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5대 은행 MMDA 잔액 추이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파킹통장은 이같은 상황속에 저금리 기조와 맞물리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중이다. 주요 은행들도 저마다 상품을 내세우며 파킹통장으로 대기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운영중인 ‘마이핏통장’은 잔액 중 ‘비상금’으로 설정된 금액에 연 1.5%의 금리를 제공한다. 최대 한도 설정은 200만원까지다. 단 만 18세 이상 만 38세 이하 'MZ세대'(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한 세대)만 가입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마이원(WON)포켓’을 통해 잔액구간별 최대 연 1%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1000원까지 가입가능하며, 각 잔액별로 구간을 나눠 이자를 차등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외 신한은행 ‘헤이영(Hey Young) 머니박스', 하나은행 '급여하나 통장', 농협은행 'NH1934우대통장' 등이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세이프박스(한도 1000만원)’와 ‘플러스박스(한도1억원)’라는 이름의 파킹통장을 운용하고 있다. 각각 최대 연0.5%, 연 0.6%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기예금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파킹통장 잔액이 늘어난 것이 호재라는 설명이다. 수시입출식 통장보다는 지불해야 할 이자가 많아도 일반 예·적금보다는 금리가 훨씬 낮기 때문이다. 제로금리 시대에서 파킹통장 등을 통해 조달금리라도 낮춰 이자마진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권은 MMDA를 포함한 요구불예금의 급증이 자금이동의 큰 흐름이 바뀐것으로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관측이다. 통상적으로 직장인들의 상여금 등의 기업 결제일이나 계절적 요인으로 초기에는 요구불예금 잔액이 일시적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장으로 전환하면 관망하던 투자자들이 돈을 인출해 주식시장으로 재투입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머니무브의 지표 중 하나인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627조6805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6667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다 정기 예·적금 금리는 바닥을 기고 있어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보니 일단 통장에 돈을 넣어두고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주 청약에 계속 거액의 돈이 몰리는 것을 보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여 시장의 흐름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킹통장 등 요구불예금 잔액이 여러 요인과 맞물려 전월보다 상당부분 증가했으나 머니무브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아직은 이른것 같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잔액이 증가하고 있어 3월 이후 상반기까지는 그 흐름을 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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