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6일부터 시행…불법공매도에 형사처벌‧과징금
"사후적발이 무슨 소용이냐"…개인투자자 불신해소 역부족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다음달 3일 공매도 재개 전까지 '성난 개미'를 달래야 하는 금융당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개정안 시행으로 과태료만 부과하던 불법 공매도에 형사처벌과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졌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주문금액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물릴 수 있고, 1년 이상 징역이나 부당이득액의 3~5배에 달하는 벌금도 부과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보완책이 불법 공매도에 대한 '사전차단'이 아닌 '사후적발' 위주의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주요 개인투자자 카페와 게시판에는 "무차입 공매도 사전 예방시스템을 구축하라", "기관‧외인의 의무상환기간을 정해라"는 등 대책 마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완벽한 제도 개선이 될 때까지 공매도 금지를 6개월간 추가 연장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7일 오후까지 1만7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개인투자자들이 핵심 요구 사항인 불법 공매도 사전 차단을 위한 시스템 전산화와 종합 모니터링 체계 구축은 기술적 한계 등을 이유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융위가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없다"고 하소연했지만, 개미들은 여전히 "시도해보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1호 불법 사례' 걸리면 일벌백계…업계도 "개미떼에 물릴라" 긴장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금융권 반응을 보면, 과거 불법 공매도에 과태료만 매기던 솜방망이 처벌에서 징역형·벌금형과 과징금을 부과토록 처벌을 강화한 방향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제가 만나본 증권사나 투자자들도 '이정도면 (불법) 공매도 할 생각을 안 할 것'이라고 한다"고 자신했다. 증권시장에서도 "주요국가 보다 강한 처벌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개정안엔 공매도 세력의 유상증자 참여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과거 공매도 세력은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공매도를 해 주가를 끌어내린 뒤 증자에 참여해 빌린 주식을 되갚는 방식(차익거래)으로 수익을 챙겼다. 이젠 공매도 이후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5억원 이하나 부당이득의 1.5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또 차입 공매도를 목적으로 대차거래 계약을 했을 땐 거래 종목과 기간, 수량, 상대방 등을 담은 계약정보를 5년 간 위·변조가 불가능한 정보통신 처리장치 시스템을 통해 보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법인은 6000만원(비법인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인투자자들은 법안 핵심 내용인 불법 공매도 주문금액의 20~100%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을 두고 "지하철 부정승차만 해도 기본운임에 30배 부과운임이 부과되는데, 최대 100% 과태료가 웬 말"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불법 사례를 적발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의 불법 공매도 퇴출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무관용으로 일벌백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불법공매도 1호 사례'로 걸리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작용하고 있다. 첫 위반 사례로 적발될 경우 두고두고 기록에 남는데다 성난 개인투자자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주 중심으로 공매도가 5월 3일부터 재개되는데, 이번 개정안 시행이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면서 "현재 증권사와 한국거래소 차원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앞으로 불법공매도는 반드시 적발되고 처벌된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