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에 나오지 않는 전세…이사철에도 거래는 '뚝'
임대인에겐 無 수수료, 매물 찾아 나선 중개업소
"재건축 이주 수요만 해도 2000가구가 넘어요. 근데 알다시피 임대차법 이후 웬만하면 다 연장을 해버려서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까, 가격이 계속 오르는 중입니다."
지난 17일 찾은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전세시장 동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수요는 늘지만 중개해 줄 매물은 마땅치 않다고 한다. 임대차법으로 기존 세입자들이 이사를 가지 않고 연장을 하거나 집주인들이 전세가 아닌 월 임대료를 받는 식의 형태로 임대를 놓아서다.
전세를 기다리는 대기팀까지 생겼다. 이날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빼곡히 적힌 명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포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이주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매물이 없어서 소개를 못해주고 있다"며 "지금 대기 명단도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3구의 전셋값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날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5월 둘째주(10일 기준) 서초구 전셋값 상승률은 0.04%로 집계됐다. 전주(0.01%)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강남구는 0.01% 오르며 8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송파구(0.03%)는 지난 3월15일(0.04%) 이후 9주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이 같은 상승세의 배경에는 재건축 이주 수요가 있다.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2120가구가 다음달부터 이주를 시작한다. 올 연말까지 서초구에서만 4000여가구 이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봄 이사철까지 맞물린 영향도 있다.
빠르게 느는 수요에 비해 매물은 부족한 상황이다. 임대차법으로 인해 연장 사례가 늘면서 매물이 돌지 않는 탓이다.
실제로 전세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신규 전세 거래량은 1744건으로 직전월(5828건)과 비교해 70%가 적다. 5월이 봄 이사 수요가 많은 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황량한 분위기다. 거래량도 이대로라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난은 인근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송파구에서는 임대인들에겐 복비를 받지 않겠다는 공인중개업소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중개수수료를 받는 기존 중개업소들과 달리 세입자에게만 수수료를 받겠다는 뜻이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어떤 공인중개사는 헬리오시티 25평 매물을 구한다고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임대인에게는 수수료를 안 받겠다고 적었더라"며 "좋게 보이진 않지만 오죽하면 그러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전세 대신 반전세와 월세만 느는 추세다.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선호하지 않으면서다. 그간 누락할 수 있던 소득이 모두 노출되는 만큼, 차라리 월세로 세금을 메우겠다는 의도다.
이날 반포동 공인중개업소 외벽에는 전세라고 적어두긴 했지만 전세를 가장한 '○억원에 ○만원' 등 반전세 매물 홍보지가 다수 붙어 있었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는 극히 드물다. 전세라고 나온 매물도 아파트라고는 보기 힘든 매물이다. 전세를 내더라도 안 나가도 그만이니 가격은 낮추지 마라는 분위기"라며 "대부분은 반전세나 월세로 집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주 수요의 경우 신규계약이다 보니까 상한 금액이 따로 있지는 않다보니까 높은 가격에 거래하려 할 것"이라며 "거기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강남권 수요가 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면 결국 가격은 연쇄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부문 수석위원도 "강남권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퍼져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매물은 적은 편인데 반해 이주수요는 많은 편이다. 올해 전세가격은 꾸준히 상승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내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