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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시대②] 소비자물가 천정부지인데…인플레 걱정 말라는 文정부


입력 2021.06.03 07:01 수정 2021.06.03 00:02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물가 고공행진에 정부 "기저효과로 일시적일 것"

5월 소비자물가지수,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

경제 전문가 "최근 물가 상승은 복합적 요소 상존"

"정부, 물가 불안 심리 해소하고 선제적 대책 마련해야"

2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다양한 채소들이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최근 물가 상승에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가 다달이 기록을 갈아치우며 치솟고 있지만 정부는 "기저효과이며, 일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해왔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도 같은 레퍼토리가 반복됐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며 두 달 연속 2%대 상승을 보였다. 2012년 4월 2.6% 상승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 수치다. 상승폭도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월별 물가는 12월 0.5%, 1월 0.6%, 2월 1.1%, 3월 1.5%, 4월 2.3%, 5월 2.6%로 올랐다.


이와 관련, 정부는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았던 만큼 기저효과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농축수산물과 국제유가 상승폭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에 물가도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소비자물가가 2분기보다 3·4분기 오름폭이 컸던 점을 감안할 때 기저효과가 하반기에 완화될 것"이라며 "연간 기준으로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페이스북 통해 "지난해 5월 코로나 충격으로 국제유가·석유류 가격이 급락해 물가상승률이 연중 최저치인 마이너스(-) 0.3%를 기록한 데 따른 반사 효과"라며 "기저효과를 제외한 전월비 물가 상승률은 0.1%로 최근 안정세에 접어든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기저효과 때문만?…"최근 물가 상승에 복합적 요소 상존"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 경향은 기저효과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이유가 혼재해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대표적이다. 미국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코스트푸시 인플레이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트푸시 인플레이션은 공급망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는데 미국 경기 회복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현재 한국은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인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빠졌다"며 "물가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위축되고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올라가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은 치유하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도 미국 물가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정부가 예견한 '하반기 물가 안정화'를 단정 지어 이야기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미국 CPI는 작년 동기 대비 4.2% 급등했다. 시장 전망치인 3.6%를 웃돈 데다 2008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로나19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상승폭이 가파르며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글로벌투자전략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미국 물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미국 시장을 따라가는 흐름도 있긴 하지만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을 빠르게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유동성 레벨 자체가 하반기에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4월 미국 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수치가 나와서 놀랬던 면이 있었다"며 "5월엔 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번에도 시장 예상치보다 상회할 경우 미 연준이 내달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해 물가 관련 코멘트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1, 2분기 물가 상승 주요 요인 중 하나인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가 하반기에는 예년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온난화가 야기한 기후 변화로 태풍, 장마가 잦은 빈도수로 발생하면서 농산물 가격 폭등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가 코로나 위기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홍수 재해와 강수량이 과거에 비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연평균 강수량은 과거 30년(1961~1990년)에 비해 최근 30년(1991~2020년)의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연평균 강수량은 더 증가했다. 이는 하반기 물가 상승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 물가 불안 심리 차단하고 선제적 관리 대책 마련해야"

이같이 물가가 대내외적 변수, 경기 회복 속도, 경제 주체들의 기대 변화 등에 따라 빠른 속도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이같이 물가 변동성을 확대시킬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경제주체들의 과도한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물가 불안심리를 조기 차단해야 한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물가 관리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먼저 물가 상승을 견인한 농축산물 수급개선에 총력을 기울여 계란, 쌀, 돼지고기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품목들의 가격이 조속히 안정되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계란을 전월보다 1000만개 많은 5000만+α개를 6월 중 수입하고 당초 6월말 종료예정이었던 긴급할당관세지원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격이 안정되고 있는 양파·마늘·배추 등은 생육상황 점검을 강화하고 하반기 이후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물량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며 "6~9월 계절적 가격 상승 경향이 있는 돼지고기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6월 중 최대 30%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특정부위로 수요가 집중되지 않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반기 농축산물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밥상물가 안정에 기여했던 농축산물 할인쿠폰 사업을 하반기에도 차질없이 진행하고 수산물 할인행사도 하반기 중 5회 이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 비축물량 방출, 기업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지원 등도 절실하다. 석유류도 국제유가 동향과 유통질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통해 유사시 수급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비스가격 상승에 대비해서도 생계비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전반적인 물가 상황을 보아가며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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