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실명계좌 책임은 은행” 재강조
시중은행, 계약연장 결정 9월24일 연기
무더기 폐쇄 현실화...투자자 피해 우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이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은행들의 ‘신규 계좌 발급’ 빗장은 풀리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검증에서 사고 책임이 커진 만큼 새로운 곳은 물론 기존 업체와의 계약 연장에도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의 줄폐쇄 우려 속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손 놓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윤창현 의원실의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특금법에 따라 금융회사등은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시 자금세탁 위험을 판단할 의무가 있다”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시 금융회사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자금세탁 위험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리 책임은 은행에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시킨 것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 부분에서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며 ”그정도도 못하면 은행 업무를 안해야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금융당국의 면책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은행권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사고 발생시 거래소와 은행의 책임 소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특금법에 의무와 책임이 규정돼있어 추가적인 마련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의 변함없는 기조로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은 진전이 없을 전망이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이미 가상화폐거래소와 제휴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한때 거래소와 제휴설이 오간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도 관망세다. 현재(지난 7일 기준)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20곳,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기존 4곳(코빗, 빗썸, 코인원, 업비트)에 불과하다. 신규 거래소는 단 한곳도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24일까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을 확보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해야한다.
기존 거래소들도 재연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다.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확인 계좌 발급계약 연장 결정을 특금법상 신고 기간인 9월 24일까지로 미뤘다. 시중은행은 그동안 6개월 단위로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확인 계좌 발급 계약을 갱신해왔지만, 새로 만든 평가기준에 따라 단기 연장 계약을 맺기로 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때도 은행이 판매를 맡았다가 기관은 물론 CEO까지 징계를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실명계정을 내준 거래소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함께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명확인 계좌 발급을 강요할 수는 없는 상황으로 거래질서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로 시잔의 신뢰 구축이 우선”이라며 “금융당국이 신고 수리하면 은행에서 실명 계좌를 발급해주고, 거래소 잭임은 거래소 지는게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한 쓴소리도 나온다. 암호화폐를 화폐로서 인정하지 않더라도 주요 금융투자 대상으로 급부상한만큼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금융위는 암호화페 관리•감독 주무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에 거래소 검증을 떠넘기는 등 뒷짐만 지고 있다”며 “오는 9월 4곳을 제외하고 60여개거래소의 줄폐쇄로 상상을 초월하는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면, 그 때는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고 일갈했다.
이어 “암호화폐 문제는 경제는 물론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제도권 편입이나 투자자 보호 등 정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