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범죄, 도덕성 시간 지나며 세탁·희석
능력·실용 이미지 씌워지고 경제·민생 일정 성과시
장기적 안정의 결정적 근거는 보수의 대안 부재탓
이재명 정권, 30%대 중반 박스권 갇힌 보수와 경합
이재명 정권은 중장기적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입법·행정을 장악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이재명 정권의 주된 지지기반은 수도권의 40~50대인데 이들은 숫자도 많고 사회의 실질적인 중추 세력이기도 하다.
민주화 시대를 경험한 베이비 붐 세대가 2010년대 중반부터 대체로 중노년층에 진입함에 따라 진보우위의 선거 지형이 열리고 있다. 실제로 6.3 대선 다자 구도에서 이재명 후보는 그에 대한 광범한 비토 여론에도 불구하고 50%에 가까운 안정된 득표율을 보인 바 있다. 이는 거의 과반에 가까운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으로 일시적인 지지율 등락이나 패배는 있을 수 있지만 큰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우세할 것임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속해서 중도·실용 메시지를 내고 있고 국민 대중이 이에 일정하게 반응하고 있는 점이다. 정권 출범 직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정권에 대한 긍정 전망이 60%, 부정 전망이 35%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안티에서 범죄혐의, 도덕성 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세탁 또는 희석될 것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에 능력·실용의 이미지가 씌워지고 경제·민생 영역에서 일정한 성과가 확보되면 50%의 박스권 지지를 돌파하여 지지기반의 근원적 확대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재명 정권이 중장기적으로 안정된다고 보는 보다 결정적인 근거는 보수의 대안 부재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을 계기로 선거 지형이 진보의 전략적 우위로 변화했음에도 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가까스로 가능했다.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이 50% 수준이지만 강경보수는 20%, 넓은 의미의 보수세력은 35% 정도이다. 50대 35 구도인데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윤석열 후보가 당시에는 중도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그로 인해 20~30대와 60~70세대 연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계엄 사태를 거치며 범보수 진영에서 강경보수 헤게모니가 강화되었다. 12월 3일 계엄을 계몽령이라 부르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상징화한 것, 탄핵 반대를 촉구하는 거리 집회에 다수의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참가한 점, 6.3 대선에서 김문수 전 장관이 대통령 후보가 된 것 등이 이를 상징한다. 덕분에 6.3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는 중도·온건 보수 진영을 충분히 규합하지 못하고 이준석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도 실패했다.
여기서 작년 12월 3일 계엄에서 올 4월 4일 헌법재판소 선고까지의 4개월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경보수 진영의 입장에서는 4개월간 강렬한 집단적 체험을 했다. 새롭게 청년 세대 일부가 가세하며 에너지를 보강하기도 했다.
이 흐름이 대선 국면에서 사그라든 것이 아니라 김문수 전 장관을 후보로 추대하며 우회적으로 결집했다고 볼 수 있다. 강경보수 진영 특유의 노회함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은 탄핵 반대를 외쳤음에도 4.4 헌재 선고 이후 대선 불참을 선언하기보다는 대선에 참여하는 길을 선택했다. 또 부정선거를 주장함에도 선거 무효라는 주장을 온건한 대중 거리 시위 정도에 한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4개월의 보수 대결집 국면을 거치며 강경보수가 극적으로 고양된 상태이고 대선 국면을 지나면서 간접적으로 보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TK 출신의 송언석 의원이 당선된 것도 전반적인 보수 강경화에 기인한다.
20%의 강경보수, 35% 범보수 결집의 치명적인 약점은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訴求力, 사람의 감정이나 사고에 호소하여 관심을 끄는 힘)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라면 실용과 능력을 가미하고 지지기반을 확충한 이재명 정권과 30%대 중반 박스권에 갇힌 보수가 경합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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