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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당신 인생과 삶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될까요


입력 2021.08.05 13:10 수정 2021.08.05 13:11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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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해보험을 가입할 때 보험사는 고객의 삶의 가치를 추정한다. 그리고 직업과 연령 그리고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결정한다. 그렇다면 한 건물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빌딩의 청소원부터 기업의 최고경영자까지 사망했다면 유가족에게 지급될 보상금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사람의 목숨값은 누가 결정하고 과연, 그 가치의 측정은 합당한 것일까.


최근에 개봉한 영화 ‘워스’(Worth)는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2001년 3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 사건의 보상기금 특별위원장이었던 협상 전문 변호사 케네스 파인버그의 실화를 옮겨왔다.


미국 뉴욕의 로펌 변호사이자 로스쿨 교수인 케네스 파인버그(마이클 키턴 분)은 2001년 9.11테러로 큰 변화를 겪는다. 테러 직후 미국 정부가 피해자 보상기금을 만들자 민사소송 전문가인 그는 보상기금 위원장 자리에 의욕을 보이며 이길 수 있는 게임이라 확신한다. 25개월 동안 유족 80%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케네스는 처음부터 위기에 직면한다. 유가족들은 보상금 지급기준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동의를 거부한다. 신청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동의를 받아낸 것은 20%에 불과하다. 케네스는 남은 유족들로부터 동의를 받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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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스’는 인간의 목숨이 수치로 책정될 사안이 아님을 말한다. 케네스 교수는 수업시간 농기계 사고로 숨진 농부의 목숨값을 수치로 계산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는 테러 직후 보상 기금 운용을 맡으면서도 피해자의 연봉과 부양가족의 수 등 보험회사가 주로 쓰는 공식으로 산정한 삶의 값을 보상금으로 제시했다가 피해자와 가족들의 거센 반발과 비난에 부딪힌다. 실제로 수치로 계산한 삶의 가치는 대부분 기대소득에 근거하고 본인 삶의 즐거움과 남겨진 가족들이 받을 고통은 포함되지 않는다. 영화는 인간의 삶의 가치가 단순히 수치에 의해서만 계산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적이고 진실된 마음이라는 것도 보여준다. 케네스는 변호사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직업윤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보상금 운영 과정에서 지극히 객관성만 추구한 나머지 피해자들의 심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사상자들의 과거 직업과 가족관계 등만을 세부적으로 따져 피해보상금을 산출하려고 했다. 심지어 9.11로 사망한 소방관의 아내를 면담하는 과정에서는 피해가족의 아픔을 공감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에 그는 자신의 과오를 인식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유족들이 단순히 보상금을 더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존중받기 위함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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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는 피해자와의 면담을 통해 진실된 마음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귀담아듣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가치를 동등하게 보지 못하고 단순히 산술적으로 가치를 매기는 데에만 치중한 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삶의 가치를 발견한다.


영화는 능숙하고 울림이 있는 연출기법도 돋보인다. 연출을 맡은 사라 코랑겔로 감독은 전작 ‘나의 작은 시인에게’에서도 생동감 넘치며 인물의 감정변화를 밀도 있게 포착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감독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주인공 케네스의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성격 그리고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법 경제학에서는 삶의 가치를 그 사람의 잔여 수명 동안 기대소득에 근거해서 산출한다. 그러나 삶의 가치는 단순히 이러한 수치로만 계산될 수 없으며 차등을 둘 수도 없다. 영화 ‘워스’는 원제목이 말하듯이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What is life worth) 우리에게 질문한다. 더불어 9.11 테러가 발생한지 20년이 지났지만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기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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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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