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궁극적 목표로
한반도 평화·번영 언급
한국을 찾은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에 대한 적대 의사가 없다고 강조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국무부가 북미 양자관계와 관련한 팩트 시트(fact sheet)를 공개했다.
25일 외교가에 따르면, 국무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팩트 시트에서 양자관계의 궁극적 목표(ultimate goal)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해당 자료에서 △미국의 대북지원 △양자 경제관계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 △쌍방 대표 등에 대한 현황도 언급했다.
국무부는 대북지원과 관련해 "현재 북한 정부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과거 미국은 기근과 자연재해 발생 시 북한의 요청에 따라 식량 및 기타 긴급 구호물자를 북한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경제관계에 있어선 "북한이 남침했던 1950년대 완전한 경제적 봉쇄 조치를 취했지만 이후 일부 제재가 완화됐다"면서도 "2017년 북한이 핵실험과 여러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해 행정명령 13810호가 발동됐다. 이전의 행정명령들과 법률상의 제재 조항들, 기타 대북 규제 조치들이 결합돼 현재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제재가 부과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미국은 유엔(UN)·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같은 몇몇 국제기구와 다자기구에 (함께) 가입해 있다"면서도 "미국과 북한은 외교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관은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며 미국 시민들에게 제한적인 영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북한은 워싱턴 DC에 대사관이 없지만,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대표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국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측근 자누지 "대사관 설립 등
외교관계 정상화 위해 창의성 필요해"
미국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히며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북미관계와 관련한 제재 및 외교관계 현황을 언급한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는 평가다.
단계적 비핵화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이 협상 의지를 거듭 피력해온 상황에서 양자 외교관계가 전무하다고 밝히며 한반도 평화·번영을 궁극적 목표로 제시한 것은 '관계정상화' 추진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미협상에 참여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한 웨비나에서 "관계정상화란 평양과 워싱턴의 관계뿐만 아니라 북한과 국제사회 간 정상관계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연락사무소·대사관을 설립하고, 정상적 외교관계와 경제관계를 구축하고, 재제를 모두 해제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가 되는 것은 북한 이익에도 부합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측근으로 평가되는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외교정상화와 일반적 관계정상화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일반적 관계정상화는 일상적 교류를 뜻한다고 보고, 이를 위해선 비핵화 진전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누지 대표는 자신이 책임이 없는 행정부 밖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은 적어도 유럽 동맹국들이 이미 취한 상징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영국이 북한에 대사를 보내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다"며 "미국도 과감하고 창의적 조치를 고려할 필요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온전한' 관계정상화에 앞서 북미 간 대사관 설치 등 '상징적 조치'를 통해 대북협상 모멘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비판을 제기한 바 있어 관련 구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