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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외식업계 ‘초비상’…“대출 막히고 퇴로도 끊겨”


입력 2021.08.26 11:42 수정 2021.08.26 11:4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26일 한은 금통위 열고 기준금리 0.25%p 인상

은행 대출금리 오르고 주담대‧신용대출도 축소

폐업하려면 기존 대출 갚아야…“출구 없는 지옥”

높아진 이자부담에 도미노식 파산 우려까지

서울에서 한 식당주인이 식당 문에 폐업이 적힌 종이를 붙이고 있다.ⓒ데일리안

“가게 낸다고 받은 대출에, 작년엔 코로나 때문에 받고 이젠 대출도 안 된다고 하네요. 폐업하려면 대출부터 갚으라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의 고강도 대출규제 움직임에 외식업계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영업시간 단축에 대출 문턱마저 높아지면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30일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고 결국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앞서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전체 가계대출 이자는 11조8000억원,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5조2000억원 커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외식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 상황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사실상 빚으로 연명해온 업주들이 많은 만큼 마지막 생명선마저 끊겼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기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장사가 안 돼서 접으려고 하는데 폐업하려면 기존 대출을 모두 갚아야 한다고 하더라. 갈수록 상황은 안 좋아지고 저녁 장사도 접어야 할 판인데 말 그대로 출구 없는 지옥인 셈”이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인상되고 주택담보대출과 개인 신용대출까지 축소되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기본적으로 창업 과정에서 은행 대출을 활용하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 이상 지속되면서 소상공인 대출 등 추가 대출을 받은 점주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집과 신용 대출까지 끌어다 연명하고 있다 보니 이자 부담 증가와 대출 축소는 직격탄으로 작용하게 된다.


폐업 등 제대로 된 퇴로가 없다는 점도 업계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자체 등 정부에서 폐업점포를 대상으로 5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갈증을 해결하기엔 한참 모자라다는 지적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우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임대료가 비싸도 목 좋은 곳에 터를 잡는 게 좋다고 생각해 장사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발목이 잡힐지 몰랐다”면서 “임대료가 좀 더 싼 곳으로 옮기려고 하니 이것저것 문제가 많다”고 전했다.


이 씨는 “3달이 넘게 세입자가 안 구해져서 권리금은커녕 보증금도 제때 못 받게 생겼다”고 하소연 했다.


업계에서는 연내 외식 자영업자의 연쇄 도산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이자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수개월 내 파산하는 업주들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식업체 한 관계자는 “매달 나가는 인건비, 임대료를 제외하고도 식재료비용에 대한 결제가 보통은 3개월 내 이뤄지는데 이자가 늘고 대출이 막혀버리면 자금줄이 막히게 된다”며 “단축영업으로 저녁 장사도 못하다 보니 점주들 입장에서는 돈 나올 구멍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4단계 격상되면서 폐업 문의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대출 문제 같은 개인적인 부분은 본사에서도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이 없다”며 “대출 문제 때문에 폐업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점주들이 많다. 퇴로가 없는 점도 문제지만, 열리면 도미노식 폐업이 이뤄질까봐 그 점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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