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0.25%p 인상 이후 동결
경기지표 부진·증시 불안 확대
지난 8월 아시아 국가 중 첫 기준금리 인상 시동을 걸었던 한국은행이 고삐를 잠시 늦춘다. 금융불균형 해소가 시급하지만 2%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변동성이 확대되며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12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0.7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린 이후 첫 동결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지난 7월까지 아홉번째 동결을 유지한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초부터 연내 기준금리 인상의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왔다. 치솟는 집 값, 2%대를 기록중인 물가상승률, 자산가격으로의 쏠림 등으로 금융불균형 해소에 집중해왔다. 지난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금융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의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4차 유행의 경기충격에 따른 경기지표 부진과 국내 증시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은 보류한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발표된 ‘산업활동 동향’ 통계에 따르면 8월 생산, 소비, 투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석달만에 일제히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액 지수가 각 0.6%, 0.8% 줄어들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102.4p로 전월 대비 0.3p 하락했다. 최근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도 미국발 악재 영향으로 6개월만에 3000선이 붕괴됐다. 지난 5~7일 외국인들의 순매도 행진도 지속중이다. 해당기간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1조원 이상 팔아치웠다. 당분간은 금융시장이 미국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와 중국 헝다 사태 등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을 계속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내달 기준금리 0.25%p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다. 고공행진 중인 집 값, 1805조가 넘는 가계부채, 2%대의 물가상승 등 ‘금융불균형’을 방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의 금리 수준을 회복하려면 최소 2~3번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당국이 고강도의 총량 규제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고 있는 만큼, 한은도 이같은 기조에 발맞춰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미국 통화 정책 정상화 시점도 앞당기는 분위기다. 내달 금통위는 25일 열릴 예정이다.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마지막 금통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