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성정당 방지법' 지시
정의당·열린민주당 지지층 향해 사과
지지율 정체 상황에서 '돌파구' 절실
친여 스피커들, 후보 단일화 여론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위성정당 방지법’을 선거대책위원회에 지시했다. ‘위성정당 창당에 가담해 소수정당의 정치적 기회를 박탈한 것을 반성한다’며 사과도 했다. 민주당은 “송영길 대표도 흔쾌히 동의했다”며 “신속한 법 개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메시지의 대상은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지지층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비례의석 다수를 기대했던 두 정당은 민주당이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키면서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다. 당연히 민주당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다. 당시 위성정당 창당을 진두지휘했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이들 사이에서 ‘역적’ 취급을 당하는 것도 이와 관계가 깊다.
정치권에서는 ‘범진보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개혁 진영이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여권 대통합을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은 물론이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 놨다.
특히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밀리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된 지난 5일 이후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앞서는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연패’ 수를 추가하며 조롱하는 글이 적지 않다.
당 차원의 공식 움직임은 없지만 친여 스피커들이 여론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지난 10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그냥 끝까지 완주, 이것밖에 없는 것이냐”며 “지난 대선 심 후보 득표율이 6%대였는데, 완주가 특별한 활로를 열어낸 건 없다”고 했다. 우회적으로 단일화를 압박한 셈이다. 주진우 기자도 지난 12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를 향해 “단일화를 통해 심상정 후보가 이기면 될 게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의당은 후보 단일화에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아울러 이 후보가 지시한 ‘위성정당 방지법’에도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후보의 지시) 하루 전만 해도 민주당은 정치개혁특위 안건을 설명하며 지방선거 중심으로 하고 총선은 나중에 하겠다고 했다”며 “선거철이 되니 후보 차원에서 막 던지는 식으로 하는데, 민주당은 위성정당 관련해 한 번도 사과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의지가 있다면 당론을 정하고 정개특위 안건에 넣어 (180석으로) 통과를 시키면 된다”며 “후보가 막 던지며 단일화 해석을 불러올 수 있는 식으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역사적 시효가 끝났다”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 내에서도 범진보통합 혹은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인 의견이 없지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 최대 관건인데 진보통합이나 후보 단일화는 큰 효과가 없고 프레임에 갇힐 우려가 있다”며 “또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발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