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韓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 세미나’
‘구글 갑질 방지법’ 전 세계 최초 통과로 규제 선례 남겨
구글 수수료 30% ‘우회’…애플 한국법 ‘무시’ 행태 지적
팀 스위니 대표 “구글·애플, 메타버스 시장도 독점” 경고
구글과 애플의 애플리케이션(앱)마켓 독점과 ‘갑질’을 멈추기 위한 국제 공조가 한국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입법을 통해 앱마켓 사업자의 결제방식 강제에 제동을 건 국가다. 전 세계 최초로 빅테크의 불공정 행위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법안 통과 이후 구글은 수수료를 일부 낮추는 등 법을 ‘우회’하는 모습을, 애플은 현재 결제 수단을 고집하며 한국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국회와 정부, 업계가 함께 나서 빅테크 규제 논의가 진행 중인 다른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구글과 애플 압박에 나섰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글로벌 앱 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글로벌 빅테크의 갑질 방지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이원욱 의원 등을 비롯해 세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전환·전자통신 국무장관,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앱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끈 한국에 감사를 표했다.
메간 디무지오 미국 앱공정성연대(CAF) 사무총장은 “이번 입법은 한국의 진보적인 생각과 기술의 발전,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CAF는 에픽게임즈, 스포티파이, 매치그룹 등의 기업들이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불공정 행위에 반대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다.
세드릭 오 장관은 “빅테크 규제는 국제적인 문제이고 내년에 유럽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을 예정”이라며 “대형 플랫폼 문제에 모두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인도의 디지털재단 얼라이언스(ADIF)의 시조 쿠리불라 회장도 “한국의 입법조치는 기울어진 앱 경제 공정성을 바로잡는 데 있어 전 세계적으로도 크게 유의미한 업적”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반독점규제 당국도 빅테크의 독점 관련 실태조사에 돌입했으며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세미나에 참석해 구글과 애플의 법 이행을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방통위는 앱마켓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규제를 회피할 수 없도록 하위법령을 촘촘히 마련해 집행할 것”라며 “이들의 이행 의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는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정책이 다른 기업들의 메타버스 시장 진입 기회를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전 세계에서 수조 달러의 경제 가치를 창출할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고 이는 전 세계 모든 기업에 똑같이 열려 있다”며 “하지만 구글과 애플의 정책은 다른 기업들의 메타버스 기회를 방해하고 서비스를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픽게임즈는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두고 애플과 소송을 진행해왔으며 인앱결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스위니 대표는 지난 9월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이 통과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결제 처리 수수료는 5% 정도인데 애플과 구글은 훨씬 많은은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에 대해 어떤 기업들이 수수료 부과하느냐. 바로 독점 기업들이다”라고 꼬집었다.
세미나를 주최한 조승래 의원은 “모바일 생태계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정체’와 ‘도태’를 의미한다”며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 단순히 인앱결제를 금지하는 내용뿐 아니라 혁신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