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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판결 불똥'에 빨간불 켜진 현대중공업


입력 2021.12.16 15:43 수정 2021.12.16 16:09        김민희 기자 (kmh@dailian.co.kr)

6300억 규모 통상임금 소송서 노조 승소…현대重, 4분기 충당금 쌓아야

올해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영업손실 각각 3112억, 6415억 예상

경제계 “신의칙 인정 않은 판결로 기업경영 불확실성 높아질 것”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근로자들과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며 6300억원 규모의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 이 비용은 당장 올해 실적에 반영돼 모기업 한국조선해양의 연간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길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대법원에서의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인해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을 4분기 영업이익에 충당금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이날 현대중공업 근로자 A씨 등 10명이 한국조선해양(전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처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회사의 손을 들어줬던 2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사실상 노동조합 측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소송은 2심으로 돌아가 재판결받게 된다. 통상 대법원 결정에 반하는 판결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의 패소가 점쳐진다.


이번 소송은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의 차액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현대중공업은 2개월마다 100%씩 총 600%에 연말 100%, 설·추석 명절 50%씩을 더해 모두 800%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회사는 ‘800% 상여금’을 전 종업원과 퇴직자에게 일할 계산해 지급했지만, 명절 상여금(100%)은 재직자에게만 지급했다.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으며 근로자의 청구를 배척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신의칙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는 임금 추가분을 소급해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이번 재판 결과를 근거로 현대중공업이 쌓아야 할 충당금은 63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회계법인에 의뢰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경우를 가정해 계산한 결과, 2009년 12월29일부터 2014년 5월31일까지 4년6개월간 근로자 3만8302명을 기준으로 추가 부담액은 6295억7186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비용은 2019년 분할된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이 각사에 소속된 인원 만큼의 비율로 분담하게 되며, 상당부분은 인원이 가장 많은 현대중공업과 모기업 한국조선해양의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는 가뜩이나 올해 적자가 불가피한 회사 실적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예상 영업손실은 3112억원, 한국조선해양의 영업손실은 6415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6000억원 내외의 충당금까지 반영되면 조단위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경제계에서는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인건비 부담 급증으로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다.


다만 이번 판결이 불확실성을 하나 제거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통상임금 소송 결과가 현대중공업의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만큼, 비록 패소는 했지만 털고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신의칙을 부정한 이번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 관련 분쟁이 산업계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법원이 기존의 신의칙 판단 기준을 더욱 좁게 해석했다”면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을 기업의 경영자가 예측해 경영악화를 대응해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이며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으로 산업현장에 혼란과 갈등만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의 사법화 문제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이러한 우려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법원은 노사의 자율적 관행과 신뢰관계를 존중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산업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누적 32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업경영이 매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에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아 통상임금 관련 소모적인 논쟁과 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일단 파기환송심에 성실히 임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의 입장과 차이가 있어 판결문을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민희 기자 (km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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