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보선 때 정치 유튜버 멀리해
"입법보조원 주라"던 황교안, 참패
유튜브 알고리즘상 표 확장성 의문
대선이 세 번째 득실 검증의 장 될듯
"유튜버 치워!"
"유튜버 빼, 유튜버 다 빠지라 그래!"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캠프 단톡방에는 현장 일정 때마다 쉴 새 없이 유튜버 정리하라는 톡이 올라왔다. 목동 깨비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현장 공보·수행 인력들의 헌신적인 '유튜버 정리' 노력 덕분에, 오 후보는 시민 및 시장 상인들과 원활히 인사를 나눴음은 물론 이같은 모습이 TV 영상을 통해 유권자들 안방에까지 잘 전달될 수 있었다.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경선 때부터 정치 유튜버들과 편치 않은 관계였다. 상대 후보가 적극적으로 유튜버들을 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오 후보도 처음에는 판세가 불리하다보니 몇몇 정치 유튜브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유튜브 출연에서 유도된 발언이 중도·합리적이고 외연 확장성이 높은 오 후보의 이미지를 깎아먹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 뒤로는 선을 긋고 본격적으로 거리를 뒀다.
본선 상대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현장 일정에는 반대로 정치 유튜버들이 들끓었다. 현장 일정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유튜버 질문이 절반을 넘었다. 한 유튜버는 "시장이 되면 이명박·오세훈 때의 서울시 정책들을 확실하게 '숙청'하겠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숙청'이요?"라고 되물었을 정도로 후보에게 도움이 안될 문답들만 오갔다.
시계를 되돌려 2020년 총선으로 돌아가면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의 서울 종로 유세 일정에는 정치 유튜버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당대표 시절부터 황 대표는 정치 유튜버들과 가까웠다.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의원실에서 유튜버들에게 입법보조원 자격을 주라"고 독려했을 정도다.
구름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는 유튜버들의 모습에 보며 열세를 실감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 황 대표는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유튜버들과 장단을 맞추며 "숨겨진 표가 많이 있다. 시중의 여론조사와는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했지만, 총선 결과는 본인과 당의 참패로 끝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컨텐츠는 음악(24.3%)이었으며 예능(11.8%)·일상(10.4%)·게임(8.6%) 등이 뒤를 이었다. 정치·시사는 20대에서는 1.2%, 30대에서는 5.3%에 그쳤으며, 다만 60대 이상은 16.1%가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의 추천 영상 알고리즘은 평소 즐겨보는 컨텐츠와 유사한 컨텐츠를 추천하기 때문에, 정치·시사 컨텐츠를 보지 않는 이용자에게는 '○○○ 큰일났다, 끝났다' 류의 영상은 애초부터 노출되지도 않는다. 정치 유튜브의 구독자 수에 혹한 정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새로운 표를 가져오는 효과는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금융·경제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한데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뒤를 이었다. 대선후보가 정치·시사가 아닌 다른 영역을 다루는 유튜브에 출연하는 것은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득표의 지평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과연 정치 유튜버가 향하는 쪽이 그 진영에, 그 후보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2020년에 총선, 지난해에는 보궐선거가 있었다. 이번 대선은 정치 유튜버가 선거에 미치는 득실 효과를 세 번째로 검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