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한다면서 책임 떠넘기는 재주
명문대 신랑 만나면 발이 둥둥 뜨나
지식을 독으로 만드는 놀라운 재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1일 청주 유세 뒤에 기자들을 만나 유시민 씨의 28일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에 대해 유 씨가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한 데 대해서다. 그냥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라고 하면 될 것을 “부적절한 표현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빙빙 돌려 말했다. 이게 한국 진보라는 사람들의 상투적인 화법이다. 언제나 뒷문을 열어두는 것이다. 일단 잘못을 시인해 버리면 훗날 두고두고 책잡힐 테니까 두리뭉술하게 ‘부적절’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말로 얼버무리는 게 이들의 특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기자들의 질문에 이 후보는 “본인이 사과하셨다고 하니 우리 국민께서 용서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답하면서 적절한 발언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한다. 그냥 얼버무리기 화법만 구사한 게 아니라 뭉개기 화법까지 동원한 것이다. ‘사과’만 하면 된다는 이런 생각을 갖는 것도 문제지만 그걸 남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 의식 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사과’한다면서 책임 떠넘기는 재주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그는 좀처럼 사과하지 않는다. 선거 때가 되어 아예 모르쇠로 버티기 어려울 경우엔 사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대중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넘어간다. 형수에게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욕설을 퍼부은데 대해 2019년 10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형수를 찾아가 직접 사과했다는 말은 이후에도 들리지 않았다. 글의 내용도 사과라기보다는 형님 부부의 어머니에 대한 패륜을 참지 못해 욕설을 퍼부었다는 식이었다. ‘사과’를 핑계 삼아 변명을 한 셈이다.
남의 가정사이니 진실을 가려내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무조건 ‘사과’하고 형수를 찾아가 화해를 하는 게 가족으로서, 또 성남시장이라는 높은 공직자로서의 도리다. 그런데 그는 형님 부부를 인간 이하의 심성을 소유한 사람들로 만들어 버렸다. 어머니에 대한 자신의 효심을 강조하려 했는지 모르나, 변명을 위해 자기집안의 이미지를 짓이겨 놓은 것이다.
2021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는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 “만약에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을 해서…”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공직선거법상 허위발언으로 기소돼 1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선 무죄가 됐다. 이 후보는 쾌재를 불렀겠지만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선 출마를 목전에 두고 자격 상실의 형을 선고받게 될 처지에 놓이자 그와 민주당은 입법권을 동원해 대법원 청문회, 대법관 대폭 증원, 비법조인에 대법관직 개방,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과 탄핵소추 등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거나 카드를 흔들며 협박했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은 대선 전에 선고가 날 것으로 예상됐던 파기환송심을 선거 이후로 미뤘다. 여타 이 후보 관련 재판도 줄줄이 연기됐다. “나는 전혀 잘못이 없다. 검찰과 대법원이 없는 죄를 만든 것이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12개 혐의로 5개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증거도 없이, 혹은 조작해서 기소했고, 법원이 증거 없는 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명문대 신랑 만나면 발이 둥둥 뜨나
이 후보는 30일 유세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자기 아들의 음란댓글, 도박 논란에 대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잘못 키운 제 잘못이지요”라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걸로 사과는 끝이었다. 그는 이어 “댓글 표현을 과장, 왜곡해 마치 성적 표현인 것처럼 조작했다. 국민을 수치스럽게 만들고 여성 혐오 발언을 국민 토론회장에서 함부로 한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개혁신당 이 후보를 힐난·압박했다. 논란은 자신의 아들이 만들었는데 책임은 이준석 후보더러 지라고 한다. 이게 민주당 이 후보와 그 극렬지지자들의 책임전가 수완이다.
이 후보는 자신의 과오에 대해 책임을 지기는커녕 말 재주로 그 잘못을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자신은 피해자연하는 데 아주 익숙해져 있다. 이준석 후보가 판결문에 있는 표현을 옮긴 것이 ‘엄정한 책임’을 질 일이라면 자기 아들이 정확하게 무슨 말을 했는지를 왜 못 밝히는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선거 날까지는, 물론 그 이후에도 무조건 우기며 상대방에 덤터기를 씌우는 것이 이재명 이재명다운 술수인가.
이런 행태가 이 후보에게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유 씨의 행동양식도 아주 유사하다. 부적절하고 모진 말을 했으면 백배 사죄해서 용서를 받아야 할 텐데 ‘사과’라는 단어 하나 슬쩍 보여주고는 자기변명을 일삼는다. 김 후보 부인 설난영 씨가 고졸 학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유 씨 언설의 핵심적 소재(素材)였다. 똑똑한 척하는 언행을 일삼으며 고졸 노동자 출신 여성을 사정없이 비하하다니! 이게 한국 진보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민낯 아닌가? ‘진보’는 무슨….
유 씨는 “표현이 거칠었던 건 제 잘못”이라면서 여성이나 노동자를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표현은 거칠었지만 말은 바로 한 것이라는 의미다. 여성과 노동자를 비하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인데 들은 사람들이 그렇게 들었다는 것과 자기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별개문제다. 그런데 유 씨는 그게 어떻게 들렸든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우긴다. 지식인임을 과시하고 싶었다면 자신의 뜻이 자기 생각과 일치하게 전해지도록 했어야 했다. “무식한 사람들의 곡해를 어쩌란 말이냐”고 반박하고 싶다는 건가.
지식을 독으로 만드는 놀라운 재주
고졸 노동자 출신인 주제에 명문대학 나온 사람과 결혼해서 신분상승을 거듭했고 이젠 대통령 후보 부인까지 되니까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들뜬 것 아니냐. 그래서 자신의 본 모습을 잊어버린 채 신분상승을 즐기고 있다. 그렇게 말하려는 것인가?
해괴한데다 상대방을 모욕하는 언설을 늘어놓고도 유 씨는 ‘내재적 접근’으로 호도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해 보니 그렇더라는 것인데, 그거야 말로 유 씨 개인생각일 뿐이다. 남을 모욕적으로 비난하면서 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분석해보니 그렇더라고 책임까지 떠넘기다니!이래놓고도 여성과 노동자를 비하할 생각이 없었다고 강변한다. 이 사람은 지식인입네 하면서 교묘한 화술로 사람들을 농락하는 습성을 언제쯤에나 버릴 수 있을까?
이런 유형의 인성과 잔꾀야말로 갈등과 분란을 야기하는 사회적 독이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牛飮水成乳 蛇飮水成毒)’. 불교 ‘초발심자경문’에 나오는 말이다. 지식이 독이 되지 않도록 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그리고 지식은 대학에만 있는 게 아니라 노동 현장에도 있다.
듣건대 그의 지식도 대단한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윤희숙 원장이 30일 “어제처럼 제가 그분을 졸업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후회한 날이 없다”고 했다.
유 씨는 그 때부터 남에게 기생하는 방법을 체득했던 듯하다. 윤 원장 말고도 여러 후배들이 그 뻔뻔하고 교활한 꾐에 빠졌을 거다. 그 덕분에 서울대 졸업하고 그걸 내세워 지식 갑질이나 하다니. 나이가 60대 중반에 이르렀으면 철들만도 한데 왜 그러고 사는지 모르겠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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