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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의 패러다임 전환…한국조선해양 '백년대계'로 키워야 [데스크 칼럼]


입력 2022.01.28 10:55 수정 2022.01.28 10:55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대우조선 인수 무산에 한국조선해양 '역할론' 대두

조선·해운업계 경쟁, 가격서 기술로 전환

주요국 정부·기업 함께 연구·개발 적극

한국조선해양, K조선 도약 위해 기술중심 패러다임 변화 이끌어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한국 조선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유럽연합(EU)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빅딜을 불허한 이후 나온 업계의 반응이다. 실제 이번 합병 무산으로 조선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구조조정도 당분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조선해양을 만들며 우리 조선 산업의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준비해 왔던 터라 아쉬움이 더 클 터다.


당장 일각에서는 “옥상옥”, “대우조선 인수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한국조선해양의 역할이 없어졌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장의 상황만 보고 내리는 단견에 불과하다. 과거 조선업은 ‘인건비’가 경쟁력을 좌우했으나, 이제는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및 스마트 기술이 선박에 적용되면서 조선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은 현재 조선 자회사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기술 중심회사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세계 조선시장은 지금 암모니아나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이용한 추진선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저마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이달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IT박람회 '2022 CES'에서 선박자율운항기술(아비커스), 액화수소 운반 및 추진시스템 기술 등 조선업 선도 기술을 선보였다.


그룹의 미래비전을 단순 조선사(Shipbuilder)가 아닌 미래의 개척자(FutureBuilder)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굳이 대우조선 인수가 아니더라도 현대중공업그룹에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베트남조선소 등 세계적인 조선회사가 4개나 있다. 글로벌 조선업계는 이미 미래 먹거리를 찾아 최근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4개 회사가 각각 연구를 따로 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한 회사가 연구 인력을 통합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그 성과를 4사에 적용해 나가는 시스템이 인력, 비용, 시간적인 측면에서 모두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에 산재한 원천기술 연구 기능을 통합, 한국조선해양 내에 R&D 컨트롤타워인 미래기술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조선해양 설립 이후 추진해온 R&D 조직 강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다만 주식시장에서는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이은 올해 현대삼호중공업 상장계획으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은 자회사 상장으로 주주들이 가치 훼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제도가 미비했던 탓이 크다. 해외의 경우, 물적분할 시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주거나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을 줄 수 있지만 국내서는 제도적으로 자회사 상장 시 일종의 혜택을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조선해양이 옥상옥이라던지, 역할 무용론을 펼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에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상장 때도 구주 매각이 아닌 신주 상장방식으로 진행해 상장 대금은 모두 친환경 기술 개발과 스마트조선소 구축에 활용하기로 했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조선업 활황 국면 진입으로 상장여건이 좋을 때, 상장시켜 그 대금을 기술 개발과 스마트조선소 구축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으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선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현재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그룹도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시기를 법 개정 이후로 조절해 나가는 식으로 그들의 마음을 달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업계를 호령하던 기업이 소리 소문 없이 수면 아래로 사라진 사례는 수없이 많다. 보수적인 조선업계도 이젠 숨 가쁘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하면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올해는 조선·해운 분야 패러다임을 바꿀 절호의 시기다. 우리 조선이 지금처럼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친환경 기술 개발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개발에 힘써야 한다. 이미 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스마트 선박 등 차세대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컨트롤타워로 위상을 재정립했다.


정부도 투자자도 국내 조선업 발전을 위해 보다 긴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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