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적조 등 기후변화 가속화
수산물 수요 늘고 선호 어종도 변수
지속가능한 산업·경쟁력 강화에 필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는 드넓은 연근해 곳곳에서 양식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명 가두리 양식장으로 시작된 전통적 양식산업과 양식기술 개발은 국내 수산물 생산에 기여해왔으며, 덕분에 우리나라 수산물 자급률이 국가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69.8%로, 68.1%인 육류를 제치고 대표식량인 쌀 자급률 70.1%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10년 전 50%대였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특히 양식해조류 생산량은 세계 3위에 링크돼있다. FAO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우리나라의 양식해조류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만2000t 증가한 181만3000t을 기록하면서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국산 김은 수산물 수출 부동의 1위(2021년 기준 약700만 달러)를 차지하며 수출효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고, 한국 수산물 일명 ‘K-Seafood’를 글로벌 슈퍼푸드로 인식시키는 데도 한몫했다.
양식어업 지속적 성장세 업고 기술개발·첨단화 진행 중
2020년 FAO 세계 수산·양식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어선어업은 정체된 반면 양식어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다. 2018년 기준 세계 수산물 생산량 중 어선어업이 54%, 양식어업은 46% 수준이나, 2030년이면 양식어업의 비중이 53% 수준으로 어선어업 비중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업현장은 노동강도가 높고 빠른 고령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적조·고수온 등 빈번한 재해의 발생은 양식산업을 비롯한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수산양식산업 분야에도 디지털 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반 융·복합 기술 적용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속가능한 스마트 양식으로의 전환이 신속해지고 있다.
경험적 지식이 아닌 데이터와 첨단과학에 의한 양식을 통해 이상상황 발생 시 적기에 적절한 조치를 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인력·물·사료 등 투입요소의 최적 사용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해조류 18종·패류 20종·어류 22종·내수면 18종·갑각류와 기타 7종 등 85개 양식품종에 대해 기술개발을 해왔다. 1970년대 해조류를 시작으로 1980년대 어류양식, 1990년대에는 넙치·조피볼락 등 대중성 어종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2000년대에는 전복의 대량생산 성공과 함께 품종 다양화도 이뤘다.
덕분에 현재 세계 최대 김생산국, 미역 생산량 세계 1위, 전복 생산량 세계 2위 타이틀 보유국이기도 하다.
이어 해수부는 고도화된 수산양식을 위해 국내 양식어류 생산확대와 인프라 개선,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에 대한 관련 사업을 지원 중이다.
특히 양식생산 전 과정을 스마트화 하기 위해 2015년부터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스마트 양식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그간 양식장에 센서를 설치, 수온·산소농도·수질·기상정보를 어업인들의 스마트폰에 제공해 양식장을 관리하는 ‘스마트 어장관리시스템’을 개발했고, 양식자동화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양식장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지능형 먹이·산소 공급장치·수중 어체 측정기술·수종 드론 운영기술 등 스마트 양식 플랫폼을 민간 양식장에 도입해 실증연구를 진행 중이다.
1세대 재래식 양식에서 2세대 대량생산 산업화를 거쳐 3세대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한 부문별 첨단화가 양식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향후 4세대인 디지털 지능화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 단계로 양식의 과학화·스마트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 관계자는 “데이터의 수집을 위해서는 수질·수온·산소농도·암모니아·급이량·사료 잔존량·질병발생 등 사육 관련 데이터 측정 센서와 측정된 데이터를 전송하는 연결기술이 필요하며,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알고리즘, 사육 최적조건을 찾아가는 인공지능 시스템, 기자재 제어기술, 종자 개발을 뒷받침 할 생명공학 기술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가공·유통·연구개발·인력 등 집적, 지역특화
해수부는 2024년까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3개소를 순차적으로 완공해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실증생산을 추진한다. 우선 현재 조성 중인 부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를 2022년까지 완공하고, 민‧관 협업을 통해 2024년까지 대서양 연어 5000t을 실증 생산해 국내 시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는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상생협력 모델을 구축해 연어 양식기술의 국산화와 고도화를 추진한다. 대기업의 양식산업 진출로 기존 중소 양식업체가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중소 양식업체는 중간육성을, 대기업은 본 육성을 담당하는 협업모델을 구축해 2027년까지 4만t의 수입 대서양 연어를 국내생산으로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별 클러스터 조성지로는 공모를 통해 2019년 부산을 시작으로 경남 고성, 전남 신안, 강원 강릉과 양양, 경북 포항 등 5곳이 지정됐으며, 실증 테스트베드 외에도 가공·유통·연구개발·인력양성 등 연관 산업이 집적된 대규모 단지 조성으로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은 수처리 기술 고도화를, 강원·포항은 연어 양식산업 육성 및 기자재 국산화를, 신안에서는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새우양식을, 고성은 고급어종인 바리류 종자육성과 대중화를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도 추진된다.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의 경우 기술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와 경제성 검증 선행 등을 필요로 해, 중소양식어는 생산과 납품을, 대기업에서는 본격 육성을 담당하는 등 지역특화품종과 신품종이 함께 상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또한 국내 스마트 양식 기자재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도 가동할 계획이다.
수산 선진국, 스마트기술 어디까지…ICT·AI·5G 망라한 기술·관리로 경쟁력UP
수산 양식 선진국들의 스마트 기술력은 도입시기가 빠른 만큼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마트양식 기자재 기술이 뛰어난 EU에 대비 75% 수준, 4.5년 정도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수산 선진국 노르웨이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 연어 양식시스템을 구축해왔으며, 연어 종자의 입식·사육·출하·가공·포장·운송 전 과정이 자동화 돼 있다.
또 5G 스마트 양식장이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스마트 양식장은 각종 센서·고화질 CCTV·기자재 간 통신을 위한 5G 망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최적 수온·산소 농도·수질을 실시간 모니터링 해 컴퓨터로 계산된 적정 사료를 자동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를 이어 질병관리까지 스마트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연어의 에이즈라 불리는 바닷물이(sea lice)는 감염되면 성장이 느려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걸려 폐사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바닷물이에 대한 질병관리는 연어 양식의 성패를 좌우한다.
노르웨이 해산물 혁신센터(Seafood Innovation Cluster)는 IBM과 손잡고 ‘아쿠아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했다. 2000여 개의 양식업체에서 매일 100만여 건의 데이터를 수집, 랜덤포레스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바닷물이 경로를 분석했고, 솔루션 도입 2주 만에 감염경로의 70%를 밝혀냈다.
이를 기반으로 양식업체에서는 바닷물이를 잡아먹는 청소 물고기 도입 등 감염 전 대응책을 마련하게 됐으며, 3D 스캐너로 안면을 인식해 물이에 감염된 개체만 선별해 치료함으로써 집단감염을 막고 있다.
이러한 기술과 관리, 일련의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대량생산 및 고도화가 양식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했기 때문에 노르웨이의 연어는 전 세계적으로 상품의 가치와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아울러 노르웨이 스마트양식 산업구조는 모위와 셀마 등 거대 기업이 연어사업의 정점에 위치하며 해외시장을 개척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모위와 같은 대기업은 사료업체·육종업체·중간 육성업체·기자재 업체·ICT기술 개발업체와 유기적으로 상호협력체계를 형성해왔다.
향후 양식산업의 나아갈 길
스마트양식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데이터의 축적이다.
과거에는 경험에만 주로 의존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사육정보를 축적해 과학적인 양식으로 전환해 나가고, 양식 생산량을 증대해 양식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나갈 계획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양식생물의 질병 증가, 각종 외국산 수산물과의 경쟁 심화, 어가인구 노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 등등 여러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최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양식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향후 우리 양식어업인들이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우리 국민들이 양질의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날이 스마트양식으로 앞당겨질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