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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박가영이 말하는 '온 세상이 하얗다'


입력 2022.02.27 14:27 수정 2022.02.27 12:2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017년 '몽연'으로 데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제20회 전북독립영화제 국내 경쟁-장편 부문에 진출한 김지석 감독의 데뷔작 '온 세상이 하얗다'는 우연히 만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죽기 위해 태백 까마귀 숲으로 떠나는 기이한 동행을 담은 영화다.


배우 박가영은 극중 류화림 역을 맡아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무기력한 일상에 지쳐있는 인물을 위태롭지만, 불행하지만은 않은 모습을 스크린에 그려냈다. 그는 김지석 감독에게 캐스팅 제안을 받은 후 시나리오로 만들어지기 전, 소설 형태로 쓰인 글을 먼저 받아봤고, '죽음'을 향하는 두 남녀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


류화림은 같은 방향이 집인 김모인(강길우 분)에게 왜 따라오냐고 신경질적으로 묻는다. 또 알코올중독으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김모인에게 매일 다른 이름과 직업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박가영은 날카롭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류화림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류화림은 처음 만난 강모인에게 '왜 날 따라오냐'라고 할 정도로 보편적인 행동에서 봤을 때 무례해 보일 수 있어요. 일반적인 언어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된 이유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살았던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겠죠. 류화림은 주위 환경으로부터 본인을 방어하고, 그럼에도 자신을 지켜가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접근했어요."


그가 출연을 결정했을 때는 강길우가 캐스팅되기 이전이었다. 박가영은 '온 세상이 하얗다' 글을 읽었을 때부터 김모인 역에 강길우를 떠올렸다고 한다. 마침 김지석 감독이 김모인이라는 인물에 적합한 배우를 떠올리지 못했을 때라, 조심스럽게 강길우를 추천했다.


"길우 선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포인트가 있었어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류화림이 김모인의 집으로 가게 되잖아요. 여기에서 김모인에게 무해한 이미지를 느꼈는데 길우 선배와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죠. 또 하나는 이들이 숲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둘이 걸어가는 모습이 어울렸으면 했죠. 이런 의견을 감독님께 공유드렸어요."


이 작품은 저예산 독립영화로 태백에서 2주 동안 5회차로 완성됐다. 실내 촬영보다 로케이션 촬영이 분량이 많이 빠르고 타이트하게 진행됐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길지 않은 시간에 잠깐 찍은 것이었지만, 촬영은 무리 없이 진행됐어요. 감독님과 제작진들이 오래 손발을 맞춘 분들이셨거든요. 짧은 시간인데 촬영을 오래 한 느낌까지 들었어요."


박가영은 극중 류화림과 동화될수록, 연민과 공감을 느꼈다. 마음의 외로움을 깊게 들여다보니 자신에게도 류화림과 같은 지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의지할 수 있는 게 없고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는 화림이 거짓말하는 이유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고 싶은 사람이 없기 때문 아닐까요. 연기할 때 실제 제 주변 인물을 차용하는 편인데 주변에도 화림과 같은 분이 있기도 했어요. 그리고 화림의 마음을 곱씹을수록 저와 맞닿는 외로움도 있었어요. 적당한 거리감이 있고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오히려 속내를 이야기하기도 하잖아요. 애써 공감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이 인물처럼 마음에 동요가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영화는 죽기 위해 까마귀 산에 도착한 이들이 눈 사이로 걸어가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두 사람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지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긴다.


"영화에서 끝을 보여주는 장면이 없기 때문에 관객들이 생각하는 게 모두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부러 결말에 대해서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결국엔 두 사람이 같이 돌아올 수도 있고, 같이 죽었을 수도 있고, 한 명만 죽었을 수도 있겠죠?"


류화림과 김모인은 죽음을 향해 걸어가지만 이 과정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강아지의 사료를 챙겨주고, 자살하려는 사람을 살린다. 박가영은 이 지점들이 '온 세상이 하얗다'가 가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정하고 따뜻하진 않지만, 영화를 함께 본 사람들끼리 삶에 목적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는 저에게 온기를 더해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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