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민희진 제안 거부…사실상 '신생 회사' 홍보로 뉴진스 이용한 셈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레코즈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이 합의 없이 장기 법정 공방으로 접어들었다. 민 전 대표가 256억 원 규모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쌍방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자고 제안했으나, 하이브가 법적 절차를 강행하며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타협은 무산됐고, 해당 제안이 발표된 기자회견은 민 전 대표가 그룹 뉴진스를 거론하며 본인의 신생 기획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 12일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의 풋옵션 행사를 인정하고 약 256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민 전 대표가 어도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기 전 주주간계약에 따라 행사한 풋옵션의 정당성을 1심 법원이 인정한 결과다.
승소 직후인 2월 25일, 민 전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에 일괄 타협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1심 판결을 통해 인정받은 약 256억원의 풋옵션 대금을 포기할 테니,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비롯해 다니엘과 그의 부모 등 그리고 외주 파트너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뉴진스의 정상적인 활동 보장도 요구 조건에 포함됐다.
그러나 해당 제안은 업계 안팎에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과 수십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얽혀있는 법적 쟁점의 무게가 256억원이라는 단일 금액과 등가교환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256억원은 1심 법원의 판결일 뿐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이 아니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최종 확정되지 않은 채권의 포기를 대가로, 주주가치 제고와 회사 손실 보전이라는 명분이 걸린 정당한 사법적 대응 권리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의 제안에 대해 공식적인 수용 또는 거절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통해 거절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하이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어 최근에는 법원에 풋옵션 대금 지급과 관련한 강제집행취소 및 정지 신청을 접수했다. 이는 256억원 포기 제안에 흔들리지 않고 법적 판단을 끝까지 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의 재확인이다. 소송을 일괄 종료하자는 민 전 대표의 제안은 하이브의 강제집행정지 신청 절차 돌입과 함께 사실상 최종 결렬됐다.
일괄 타협안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지난 2월의 기자회견은 결과적으로 민 전 대표의 새로운 사업을 알리는 홍보 무대로 기능하게 됐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와 어도어를 떠나 오케이레코즈라는 신생 레이블을 설립하고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기자회견 당시 민 전 대표는 뉴진스를 향한 개인적 감정과 책임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언론과 대중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그의 새 출발과 오케이레코즈의 향후 운영 방향으로 쏠렸다.
업계에서는 민 전 대표의 제안이 타협을 위한 실질적 협상안이라기보다 거절당할 것을 전제로 한 일방적 선언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뉴진스를 전면에 내세워 여론의 동정론을 유발하고, 대승적 결단이라는 명분을 쌓으려 했다는 해석이다. 풋옵션 대금 256억원을 포기하는 대신 국내외 자본의 투자를 유치해 새 회사를 운영하고 신인 그룹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확산했다. 분쟁 해결이라는 표면적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하이브와의 대립 구도와 뉴진스의 높은 인지도가 신생 기획사의 론칭을 알리는 마케팅 도구로 활용된 셈이다.
양측의 갈등은 합의 가능성이 차단된 채 항소심 법정에서 계속 다뤄지게 됐다. 하이브는 강제집행정지 신청과 항소심을 통해 원칙적인 법적 대응을 이어간다. 민희진 전 대표 역시 이번 사태와 기자회견을 통해 확보한 대중적 관심과 오케이레코즈를 기반으로 본인의 독자적인 프로듀싱 활동과 사업 전개에 집중할 전망이다. 타협안 제시로 촉발된 일련의 과정은 결국 양측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한 채, 신생 기획사의 시장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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