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부품공장 가동중단
독일 완성차 공장 생산차질, 2~3개월 뒤 국내 반영될 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독일 자동차업체들도 부품 수급난으로 가동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정 시차를 두고 국내 수입 물량에도 영향을 미쳐 출고대기 기간이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 와이어링하니스(자동차 배선 뭉치)를 공급하는 레오니 등 우크라이나 내 부품업체들이 최근 러시아의 침공으로 문을 닫으면서 폭스바겐그룹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의 독일 완성차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감산에 들어갔다.
폭스바겐그룹의 경우 폭스바겐 브랜드의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감산을 단행했고, 아우디 골슈타트와 네카르줄름 공장은 생산라인 일부의 가동을 중단했다. 포르쉐도 라이프치히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BMW 역시 와이어링하니스 부족으로 독일과 영국 공장 가동을 임시로 멈췄다.
독일 수입차 브랜드를 국내 수입해 판매하는 한국법인들은 우크라이나발 공급 차질이 당장 국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지만 가뜩이나 공급 부족이 심한 상황에서 추가 악재가 더해질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수요에 비해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보다는 지난해부터 있었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차질이 주 원인”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생산차질은 좀 더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보고, 국내 고객들에게 최대한 많은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물량 부족으로 전시차까지 판매하느라 매장이 텅 빈 곳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딜러들이 판촉 차원에서 제시하는 할인 프로모션도 축소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BMW 전시장의 한 딜러는 “전시차까지 다 팔리면서 전시해 놓을 차가 없어 시승차까지 끌어올려 전시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들어오는 물량이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약금을 걸고 먼저 사겠다는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가뜩이나 최근 판매 감소세가 두드러진 상태다. 지난 2월 판매량은 아우디 1227대, 폭스바겐 1108대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8.1%, 37.9%씩 감소했다.
폭스바겐은 올해 초 8세대 골프를 출시하며 판매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물량 부족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3월 판매물량은 정상적으로 선박에 실려 들어오고 있지만, 물량 부족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신형 골프의 경우 대기수요가 6개월에 달하는 등 일부 모델에서 물량 부족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벤츠의 경우 당장 독일 현지에서도 생산 차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물량이 풀리며 판매에 속도가 붙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연초 공급부족이 심했으나 2월 중순부터 공급이 원활해져서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벤츠 본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차질 영향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없다”면서 “공급차질이 있어도 유럽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데 두세 달 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