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7‧EV9 美 현지 생산 불가피
로이터 "현대차-조지아주정부 전기차 공장 투자 논의" 보도
바이든 방한 성과 챙기고, 현대차그룹은 정책적 지원 수혜 '윈-윈'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대미(對美) 투자 계획을 선물로 내놓을지 관심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왕이면 한미 정상회담 시기에 보따리를 풀어 바이든 대통령에게 방한 성과를 제공하는 게 상호 이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인 21일 국내 4대그룹 총수들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정 회장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주)LG 대표도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기업들에게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협력할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바이든 정부가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품목은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등이다. 이들 중 반도체는 삼성과 SK그룹이, 배터리는 LG와 SK그룹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공급망 재편 논의보다는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과 관련된 논의를 나누는 게 더 생산적이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현지에서 최신 전기차 7종을 출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산 효율화나 물류비용, 수요 적기대응,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을 감안하면 현지 생산이 불가피하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의 경우 이미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상태다.
기존 앨라배마 공장에 3억달러(3850억원)를 투자, 전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해 이르면 올 연말부터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의 차기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7과 EV9의 미국 현지 생산 계획도 추진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9일(현지시간) 현대차가 조지아주 정부와 전기차 공장 투자와 관련된 사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투자 규모 등 구체적 사안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생산 차종은 아이오닉 7과 EV9으로 특정했다.
아이오닉 7과 EV9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로 두 차종 모두 대형 SUV 차급에 속한다. 5m에 육박하는 전장에 2m를 넘는 전폭을 지닌 대형 SUV는 국내보다는 미국에서 더 인기가 높은 차급이다.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에서도 기아가 미국 전용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할 만큼 이 차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아이오닉 7‧EV9의 출시 시점을 내년으로 예정하고 있으며, 미국 현지 생산이 이뤄지려면 올해부터는 투자에 착수해야 한다.
조지아주에는 기아 현지공장이 운영되고 있어 신규 전기차 공장이 들어서도 부품공급과 인프라 측면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SK온의 배터리 공장도 있어 배터리 공급에도 강점이 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공장 신규 투자에 대해 ‘발표 시점이 문제일 뿐 이미 기정사실이 아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스케줄을 감안하면 조만간 미국 현지 투자결정이 이뤄져야 하고, 기왕이면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구체적 사안을 논의한 뒤 발표하는 게 명분 측면이나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 실익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