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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외교’...70년 韓美관계 ‘새로운 이정표’ 세웠다


입력 2022.05.23 15:26 수정 2022.05.23 15:30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한미 경제안보 동맹... 보다 더 호혜적인 수평 관계로

尹 대통령, 23일 IPEF 출범 참여...대만은 빠져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 제치고 삼성이 도약할 기회일수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번 2박 3일 방한 기간 동안 한미동맹에서 큰 축의 전환이 일어났다. 군사에서 경제로, 피가 아닌 반도체로의 동맹이다. 삼성전자가 그 포문을 열며 방향타를 집어 들었다. 그간 경제사절단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기업이 국가적 비즈니스의 주역으로 일어섰다. 그간 다른 영역이라고 분리됐던 국제정치와 기업활동이 복잡하게 뒤엉키면서, 삼성에는 또 다른 기회가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정계·재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이 주도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에 윤석열 대통령이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대만은 출범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IPEF 참여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으나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성격이 짙은 협의체라는 점을 감안해 가입 시점을 늦추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있다. 이에 일시적으로나마 대만의 발이 묶인 것은 삼성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이 IPEF 초기 참여를 통해 한국 반도체의 시장 장악력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IPEF 출범과 동시에 조기 참여를 결정한 것에도 이런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반도체 주도권을 잡아 조기 참여 어드밴티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삼성 반도체 외교, 한미 관계 주도권 쥐는 열쇠"


실제 이번 바이든의 평택 방문은 반도체 동맹 주도권에 대한 국내 업계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에게 3나노미터 (㎚,1나노=10억분의 1m) 공정이 적용된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공정 생산라인을 돌아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화답했다.


업계에서는 이제껏 미국 수장이 직접 국내 기업 공장을 방문한 전례가 없다는 사실에서 '삼성 반도체 외교'에 더욱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번 바이든의 방문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그중에서도 삼성이라는 기업을 첫 일정 방문지로 택했다는 점에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양 정상 공동연설 전 환영사에서 "삼성전자는 25년 전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한 최대 규모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라며 "삼성은 반도체를 통해 미국 등 전 세계 각국과 아주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저희는 이러한 관계를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이벤트로 인해 단순히 삼성의 위상이 높아진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이번 경제안보 동맹으로 인해 그간 대미(對美) 의존도가 높았던 한미 외교 관계가 보다 호혜적인 수평 관계로 변화시켰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했다. 양국이 전방위 거래에 나서며 경제가 안보를 끌고 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입지 제대로 굳힌 이재용, 사면론 탄력


재계는 이번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 입지를 구축했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5년간 멈춘 대형 인수합병 움직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올라가고 있다. 단순 대기업 수장이 아닌 한미 양국의 결속을 지탱한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자처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자연스럽게 사면론도 탄력을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평택 공장에서 이 부회장을 만난 뒤 악수를 청하며 "진작 왔어야 되는데"라는 인사말을 건네는 등 비교적 화기애애한 무드가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자리에서도 환담을 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았다는 전언이다. 다만 회담 당시 직접적으로 사면 이야기가 나오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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