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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태 일단락에도...코인 시장, 여전히 블랙홀


입력 2022.05.26 12:23 수정 2022.05.26 12:30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국내 5대 거래소 루나 상폐 확정…피해 구제 방침은 無

처벌 및 대책 수립 쉽지 않아…투자자 보호 목소리↑

루나 시세 추이 그래프. 코인원 홈페이지 갈무리


코인원을 끝으로 투자자 피해를 양산한 '루나(LUNA)'의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 퇴출이 확정됐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이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투자자들을 보호할 법·제도 정비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당분간 암호화폐 시장은 침울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한국만의 단독적인 암호화폐 규제는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마켓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 점검' 당정간담회에서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이하 특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라는 요구에 나온 반응이다.


당초 국회 당정간담회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여당 의원들이 특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암호화폐 루나 폭락 사태에 신속히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국정과제로 선정됐지만 입법까지의 소요 시간으로 인해 일단 시행령 개정으로 투자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금융위 측은 암호화폐 시장이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글로벌 시장이라는 점에서 한국만 규제에 들어갈 경우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를 시행하더라도 해외에서 시세조종 행위 등이 벌어졌을때 국제 사법 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효성 담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 코인 시장이 국내 단독 규제만으로는 무의미한 부분임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특금법 시행령 개정이 충분한 대안이 아니라고 지적되는 이유는 또 있다. 해당 법 목적이 '자금세탁행위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투자자 보호 및 암호화폐 상장기준 통일 등의 문제는 다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법 중 암호화폐 관련 법은 2020년 3월 신설된 특금법이 유일해 여론과 정치권에서는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제도의 미흡점에 대한 보완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날 발표한 '루나·테라 폭락 사태 피해자 구제 방법'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3947명 중 약 41%가 "투명한 정보 공개"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날 발표한 한국은행이 발표한 '암호자산 이용 현황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남녀 3536명 중 응답자의 79%가 '자금세탁방지'를, 응답자의 72%가 '투자자보호'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보호를 위해서는 암호화폐 상장기준 통일이 필수적인 전제라는 것에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주 간 암호화폐 국내 5대 거래소 업비트·빗썸·코빗·고팍스·코인원 등의 루나 유의종목 설정·상장폐지 시점이 모두 제각각이었던 탓에 투자자들 및 피해자들이 큰 혼선을 빚었다. 거래소들은 '조치 미흡' '늑장 대응'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사실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체적으로는 내부 상장 정책 프로세스를 준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비책 미흡은 커녕 당장 루나·테라 사태와 관련한 법적 처벌도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암호화폐가 국내에서 정식 유통 화폐로 공인되지 않은 탓에 '유사수신행위(법령에 따른 인가ㆍ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로 규정하기에 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유사수신행위규제 법률로는, 연 20%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아'폰지 사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테라폼랩스의 루나·테라 사례를 처벌하기 어렵다. 또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폭락할 것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면 사기죄 적용을 빠져나갈 확률도 있다.


이처럼 제동장치가 없는 틈을 타 제2의 루나 출시는 예고된 상황이다. 권도형 대표는 테라 2.0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16일 권 대표는 테라 블록체인 프로토콜 토론방에 또다른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제안을 올리고 투표에 부쳤다. 투표에서는 83.27%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찬성 65.5%를 기록하며 종료됐다.


다만 보유량이 많으면 투표권이 커지는 구조 탓에 반대 목소리를 낸 개미들의 의견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르면 27일부터 테라 2.0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코인원은 지난 25일 루나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로써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 모두 루나에 대한 거래지원을 종료하게 됐다. 루나가 99% 폭락한 지난 11일 이후 15일 만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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