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양사 동일 조건 타결 패턴…올해도 이어질 듯
고용안정 요구, 일부 단협조항 등 관건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12일 2022년 임금협상(임협) 잠정합의에 성공하면서 형제 회사인 기아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이날 경기도 화성시 오토랜드화성(화성공장) 별관에서 5차 실무교섭을 진행한다. 이후 14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3차 본교섭을 열 예정이다.
기아 노사는 지난달 2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네 차례 실무교섭과 두 차례 본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별다른 진전 없이 대립각만 세워 왔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 노조)는 전날 4차 실무교섭에서 정년연장과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전환 등 단협 개정을 요구했다. 또, 조합원 고용안정을 위해 국내 공장 내 핵심부품 생산라인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사측은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날 교섭부터는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날 현대차 노사가 임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아직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절차가 남았지만 통상 현대차 교섭이 타결되면 기아는 거의 동일한 조건으로 합의와 타결에 이르는 패턴을 이어왔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기아 노조가 교섭에서 공동 투쟁에 나서겠다고 한 만큼 현대차 노사간 합의 내용이 기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4.3% 인상(9만8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수당 1만원,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이다.
인금인상액에 수당 1만원을 합하면 월 지급액 인상폭이 10만8000원에 달해 사측이 과감한 베팅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 노사 역시 동일한 임금 인상률에 성과금과 격려금 등 일시금도 이름만 바꿔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 차이를 감안해 기아 근로자들에게는 40주 이상이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의 경우 현대차는 10주, 기아는 20주가 지급됐다.
관건은 노조가 강하게 요구해 온 고용보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11일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과 기존 노후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마련한 게 잠정합의에 이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기아 역시 지난 5월 발표한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 계획이 국내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토랜드화성에 연간 최대 15만대 규모의 PBV 전기차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이 사업은 내년 말 착공해 2024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노조의 요구사항 중 정년연장과 해고자 복직, 임금피크제 폐지 등에 대해서는 현대차도 수용 불가 원칙을 이어간 만큼 기아에서도 같은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 노조가 공동 요구안을 마련해 공동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기아 노조도 현대차 합의안 이상을 요구할 명분을 찾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