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액 3분의 2는 동생에게"
"은행장 명의 직인까지 도용"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불거진 직원 횡령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금융 담당 부원장은 26일 '우리은행 횡령사고 검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제재 심의를 하기 전 필요한 법적 검토 중"이라며 "법규를 검토해 담당 팀장, 부서장, 임원, 최종까지는 행장까지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법, 지배구조법 등 적용될 법에 따라 사건 관련자 범위도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 A씨가 8년간 여덟 차례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빼돌린 사실을 확인했으며, 조기에 사태를 발견하지 못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미흡하다고 보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A씨는 2012년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B사의 출자전환주식 시가 23억 5000만원 상당의 42만9493주를 무단 인출했다. 또 A씨는 같은해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과 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59억3000만원을 빼돌렸다.
이 부원장은 횡령자금 사용처에 대해 "A씨 동생 증권 계좌로 3분의 2정도 유입됐고 주로 주식이나 선물 옵션에 투자돼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나머지는 친인척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추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확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감원의 수차례 검사가 있었음에도 횡령 사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검사에서 해당 사고를 발견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금감원은 리스크 취약점에 대해 상시 검사를 하거나 자산건선성과 지배구조 등 시스템 중심으로 보고 있어 은행 개별 부서, 거래를 일일이 검사하고 적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반적인 시스템은 잘 돼있는데, 한 개인이 주도면밀하게 비껴갈 수도 있다"며 "우리은행 사고는 개인이 일탈을 했다하더라도 인사·문서·직인 시스템 등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감원 조사결과 A씨가 2019~2020년 약 1년 간 파견 허위보고 후 무단결근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부원장은 "A씨가 과거 대외기관 TF 구성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고 일렉트로닉스 매각 이슈도 있어 이를 핑계 삼아 구두로 허위보고를 해, 부서장도 이를 믿고 파견 보냈다"며 "금감원 검사에서야 무단 결근한 것이 확인됐으며, 은행 측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직인과 날인 도용 방법에 대해서는 "A씨가 부서장 직인을 사용한 적도 있고 은행장 명의로 된 직인도 날인했다"며 "다른 명목으로 결재를 받겠다고 신청하고 허위 공문을 만들어 직인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해 이번 브리핑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두 사안의 관련성이 없다"며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고 금융사 입장에서도 경각심을 가지라는 차원에서 당국이 나서서 설명하기로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2조원대 해외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오는 27일 추가로 브리핑을 갖고 검사 상황을 설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