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 플레이 알고도 한 달 넘게 해당 사안 함구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솔로몬 선택 필요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 여자 골프계의 최대 이슈는 여전히 ‘윤이나 오구 논란’이다.
윤이나는 지난 6월 참가한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자신의 공이 아닌 다른 공을 쳤다. 당시 윤이나 측은 오구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대로 플레이를 진행했고 한 달이 훌쩍 지난 뒤 논란이 발생하자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재 윤이나는 모든 공식 활동을 중단했고 대한골프협회(KGA) 징계를 기다리는 중이다. 더불어 조사에 적극 협조함과 동시에 어떠한 처분이 나오더라도 겸허히 받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로부터 약 열흘이 지났으나 윤이나의 징계와 관련해서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윤이나의 징계는 당시 대회를 주관했던 대한골프협회에서 다루며 곧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어 해당 사안을 논할 전망이다. 이곳에서 징계가 나온 다음에는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 공이 넘어간다. 추가 징계 등의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윤이나의 오구 논란을 쉽게 지나치기 힘든 이유는 심판이 없는 골프의 특수성, 즉 골프 정신을 훼손했다는 것에 있다. 여기에 윤이나는 한 달 가량 자신의 행위를 감추면서 괘씸죄까지 더해졌다. 더 나아가 이번 사안은 세계 골프계의 중심으로 성장 중인 한국 여자 골프의 미래까지 걸려있다는데 많은 이들이 중지를 모은다.
현재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 중인 국내 골프 최강자 박민지의 말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박민지는 대회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서 관련 질문을 받자 “성적에 연연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선수는 페어플레이를 해서 잘할 때 박수를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KLPGA 투어 대회를 뛰고 있는 선수들은 드림투어, 점프투어 등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발을 디딘 이들이다. 이렇다 보니 어린 나이 때부터 경쟁의 장에 놓인 선수들은 박민지의 말대로 성적에 연연할 수밖에 없었고,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과 상식, 바꿔 말하면 페어플레이를 망각한 채 달려왔을 수도 있다.
뚜렷한 과거 징계 사례가 없어 KGA와 KLPGA는 장고에 장고를 거듭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솔로몬의 선택을 내려야만 논란을 잠재우고 더 나아가 한국 골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골프 꿈나무들까지 이번 사안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당장 눈앞의 성적보다 공정과 상식이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들에게 심어줘야 하는 게 어른들의 몫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징계 수위가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