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심수봉·임영웅·송가인 단독쇼 연이은 성공
올해 김호중 단독쇼는 시청률 5.6% 기록
"폭넓은 팬덤, 대중성 확보한 트로트 가수 찾아야"
최근 몇 년간 방송사들은 명절 때마다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트로트 가수들을 내세우고 있다. 트로트의 짙어진 대중성, 그리고 그들이 가진 엄청난 화력의 팬덤의 힘이 이뤄낸 결과다. 최근 OTT로 시청자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 가운데, 위기를 느낀 방송사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올해 추석 방송가를 달군 가수는 김호중이었다. 그는 지난 9일 방송된 SBS 추석특집 쇼 ‘김호중의 한가위 판타지아’를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노래했다.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를 오케스트라 40명과 함께 선보이는가 하면 가수 최백호, 송가인과의 듀엣 무대도 큰 화제를 모았다.
김호중의 이번 단독쇼는 전국 기준 5.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간 방영된 TV 단독쇼의 시청률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동시간대 예능 시청률 1위는 물론, 이날 방송된 추석 특집 예능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방송사가 명절 특집으로 트로트 가수들의 ‘TV 단독쇼’를 연이어 편성하게 된 건 나훈아의 영향이 크다. 2020년 나훈아는 KBS2 ‘2020 한가위 대기휙 -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선보였고 신드롬급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당시 이 방송은 전국 기준 29%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중요한 건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 층 사이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는 점이다.
이듬해 추석 특집으로 진행된 심수봉의 TV 단독쇼인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도 나훈아쇼 정도까진 아니지만 11.8% 시청률을 달성했다. 이후 연말에 방영된 임영웅 단독쇼 ‘위 아 히어로’는 16.1%를 달성했다. 올해 초 설특집으로 꾸며진 KBS2 ‘2022 설특집 조선팝어게인 송가인’도 시청률 6.7%를 기록했다.
트로트 가수들의 단독쇼가 큰 인기를 끌자 유사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올해 추석엔 송가인의 ‘2022 전국투어 콘서트’가 TV조선에서 방영됐고, MBN에선 ‘우리들의 남진’ ‘우리들의 트로트’를 선보였다. JTBC는 ‘히든싱어7’을 송가인 편으로 꾸몄다.
한 방송 관계자는 “나훈아의 단독쇼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잊고 있던 단독쇼의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명절의 특성상 가족들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하는데,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오디션을 통해 발굴됐고 이들이 세대를 통합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트로트 단독쇼가 계속해서 제작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한 가수가 단독공연을 해내려면 대단한 재능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선보인 가수들 외에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팬덤을 보유하고, 대중성을 확보한 트로트 가수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앞서 선보인 ‘레전드급’ 가수인 나훈아와 심수봉 외에 임영웅, 송가인, 김호중이 단독쇼를 열 수 있었던 건 팬층이 다양하고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이유 외에도 이들이 소화할 수 있는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새로운, 영향력 있는 트로트 가수의 탄생이 더딘 상태다. 지금까지 탄생한 트로트 스타들 중에서 임영웅이나 송가인, 김호중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수도 사실상 전무하다.
다만 올해 하반기 트로트 열풍을 불러온 TV조선이 ‘미스터트롯2’를,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만들었던 서혜진 전 TV조선 예능본부장이 MBN으로 이적 후 비슷한 포맷의 ‘불타는 트롯맨’을 내보내는 등 잇따라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이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터라 시들했던 트로트 오디션이 다시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