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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신체 절단·피는 분수처럼"…점점 높아지는 가학성, 청불 뒤에 숨은 고민없는 폭력극


입력 2022.09.22 07:47 수정 2022.09.22 07:5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늑대사냥' 2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존재 이유는 영상물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을 유해한 매체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이유와 상상력과 창의성을 앞세워 당위성을 잃은 잔혹함만을 나열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들로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곱씹어 보지만 물음표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표현 수위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21일 개봉한 '늑대사냥'이 한국 영화 중 역대급 수위라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언론배급시사회를 고지하는 메일에는 '영화 '늑대사냥'은 높은 폭력 수위의 소재와 장면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기자님들께서는 시사 신청 결정에 참고 부탁드린다'라는 이례적 주의를 주기도 했다. 베일을 벗은 '늑대사냥'은 제작사 측 당부처럼 지나친 폭력성과 필요 이상의 신체 훼손과 피만이 가득한 난타전이었다.


이 작품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태평양에서 한국까지 이송해야 하는 상황 속, 지금껏 보지 못한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이야기로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을 표방한다. 그러나 이유 없이 도끼, 칼, 총 등으로 상대방을 도륙하고 피는 사방으로 분수처럼 튄다. 비주얼이 자극적일 수 있도록 상체 위주의 신체 절단 장면들이 반복된다.


범죄물인 듯 시작하다가 후반부에는 SF 물로 방향을 틀지만,, 앞서 나열했던 잔인한 살육 장면들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김홍선 감독은 영화의 폭력 수위에 대해 "기획할 때 홀로코스트와 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란 말이 떠올랐다. 인간성을 잃어버린 인간 병기를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수위가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다라기보단, 어떻게 인간성을 찾아갈 수 있느냐에 중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듦새나 완성도를 떠나 '꼭 이렇게까지 잔인한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문이 든다. 목적 없는 살인은 불쾌감만 더할 뿐이다.


청소년 관람불가로 성인들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지만, 이를 보는 성인들이 이 폭력적인 영화를 어느 정도 수용할 지도 의문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지나친 폭력성의 문제는 비단 현재의 문제만은 아니다.


2010년 김지운 감독이 '악마를 보았다'가 신체 훼손, 절단 등의 장면으로 한국 상업영화 사상 처음으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청불 등급으로 조정됐으나 당시 '악마를 보았다'의 끔찍한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범죄와의 전쟁'(2012), '신세계'(2013), '내부자들'(2015), '아수라'(2016), '범죄도시1'(2017) 등이 청불 영화로 관객들과 만나왔다.


이 같은 청불 영화들은 사이코패스, 조직폭력배, 살인마, 다중인격자, 권력자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며 범죄물의 폭력 수위를 높여왔다.


'내부자들'과 '아수라'는 칼과 도끼 등으로 신체를 향해 휘두르고, 등장인물들이 권력을 위해 서로를 파괴하고 강도 높은 욕설들이 난무했다.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폭력의 수단이 됐다. '범죄 도시 1'이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조선족을 빌런으로 그리며 도끼나 망치로 사람들을 살해하는 장면들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평도 적지 않았다.


이때마다 자극적인 영화들이 범람하면서 더 자극적이고 잔인하게 만들어야 무뎌진 관객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변이 따라왔다. 장르적 쾌감을 위한 변주, 혹은 잔인한 현실을 반영하는 표현 수단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폭력성이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만 남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부터 제기된 온 가운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무엇을 의미해야 하는지 '늑대사냥'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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