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로펌서 법률 자문, 사적 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신청
이해충돌방지담당관 “사건 직무 수행에 지장없다” 판단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과거 로펌에서 법률 자문한 이력 때문에 지난 24일 열린 가습기 살균제 부당 광고 사건 심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위원장은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보험법 전문가로 다수의 연구용역과 법률자문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 위원장이 애경과 SK케미칼의 가습기 살균제 부당 광고 사건 심의 회의를 앞두고 공정위 감사담당관실에 사적 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 신청을 했고, 심사 당일 감사담당관실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은 사적 이해관계의 밀접성·내용적 관련성·금전적 이해관계 등을 고려한 결과 한 위원장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 결과가 24일 오후에 나오는 바람에 한 위원장은 심의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지난달 취임한 한 위원장은 그간 국회 국정감사 등에 집중하면서 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국감 이후 열리는 첫 전원회의 심의에도 참석치 못한 것이다.
이날 전원회의는 오전 10시 세종심판정에서 ‘애경산업 등 3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광고 행위에 대한 건’을 심의 안건으로 올려 심의했으며, 전원회의는 인터넷 기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하다고 광고한 애경과 SK케미칼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거짓·과장 광고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각각 7500만원과 3500만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키로 하고, 이들 회사에는 재발 방지 시정명령과 제재 사실 공표 명령, 광고 삭제 요청 명령도 부과했다.
또 각 법인과 애경 안용찬 전 대표이사, SK케미칼 김창근·홍지호 전 대표이사를 당일 검찰에 고발했다고 했다.
이 같은 결정은 2018년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조사 때 인터넷 기사는 광고가 아니라고 보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이를 위헌으로 결정하자 다시 재조사에 나섰고, 약 한 달 만에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해 제재한 것이다.
이를 두고도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으로 신고 후 사건 처리에 6년이나 걸렸고,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시효는 단 5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 심의는 다수의 피해자와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이 있었던 만큼 결과에도 관심이 주목됐는데, 공정위원장의 회의 불참에 다시 한번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위원장은 “판단이 조금 미흡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 부분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후 공정위는 한 위원장의 회의 불참이 회자되자, 26일 취임 후 첫 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전원회의는 공정위 최고 의결기구로 통상 매주 수요일마다 개최된다. 9명의 위원이 모여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 여부와 처벌 수위 등을 정하게 되며,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을 맡는다.
26일 열린 전원회의 안건은 ‘기업집단 한국타이어 소속 계열회사들의 부당지원행위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행위에 대한 건’으로, 이 사건의 경우에도 한 위원장은 사적 이해관계자 신청을 했고 문제가 없다는 통보받아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