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물가 안정화 목적으로 플랫폼별 배달비 등 집계 시작
배달 방식·거리, 시간대 등 변수 반영 못하고 가격 인하 효과도 '글쎄'
라이더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배달 물가를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배달비 공시제’가 시행 9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달 인하 효과는커녕 배달비는 계속 오르고 있는데다 배달방식과 거리, 시간대 등에 따라 배달비가 바뀌는 것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 있으나마나한 제도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기획재정부는 가격 안정화와 소비자 배달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목적으로 지난 2월 말 배달비 공시제를 도입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단협)가 한 달에 한 번 동일 조건에서 배민·요기요·쿠팡이츠 등 각 배달앱의 배달비를 비교해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식이다.
서울 자치구 25곳 중 인구가 가장 많거나 적은 2개 동을 선정해 주말 점심 시간을 기준으로 특정 주소지에서 배달을 시킬 경우 플랫폼별 배달비와 거리별 할증요금, 최소주문액 등을 집계한다.
그러나 배달업계, 소비자,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배달비 공시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배달 방식과 거리, 시간대 등에 따라 변하는 배달비를 천편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배달비는 라이더(배달 기사) 수요, 날씨, 프로모션은 물론 매장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공시하는 것 만으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단협도 “배달비 조사에서 배달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업체에서는 배달앱 따라 음식 가격도 달리 책정하고 있기도 했다”며 “소비자들은 배달서비스 이용 시 동일 음식점이라도 꼼꼼히 배달요금과 음식 가격을 비교, 선택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여기에다 배달비 공시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배달비는 고공행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소단협이 발표한 ‘10월 배달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5개 배달앱의 동일 음식점(분식, 치킨, 한식) 가운데 9.9% 업체가 8월 대비 배달비를 평균 862원 가량 인상했다. 특히 심야·기상악화 때에는 비용이 추가돼 배달비가 8000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리서치 전문기업 미디어리얼리서치가 지난 9월 우리나라 성인남녀 29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음식 배달 비용에 대해 응답자의 75.4%가 ‘많이 오른 것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소비자들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소단협 홈페이지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 조회수는 11월7일 기준 8월(604건), 9월(471건), 10월 (132건) 등으로 매월 1000회도 되지 않을 정도다.
업계에서는 라이더 수급 불균형과 식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배달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배달비 공시제로 비용 인하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라이더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배달비가 더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배달 주문이 폭발했지만 라이더의 증가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요 업체의 월 주문 건수가 1억건을 넘어섰지만 전국의 라이더 숫자는 올 상반기 기준 4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높은 물가와 비싼 배달비에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음식 배달 문화에 익숙해진데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서 배달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은 내년부터 배달비 물가지수를 별도로 작성, 공표한다. 통계청은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기존 외식 물가 품목에서 배달비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 후 내년부터 배달비 지수를 분리 공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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