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 극복”…금융위, 같은 방향 규제안 제시
가계부채 관리에 부동산 규제 결합…대출로 시장 통제 시도
은행권 “대출 조이기로는 한계”…정책 효과는 예측 불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잠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정부 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을 질타하는 등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에 맞춰 금융당국이 같은 방향성을 반영한 대출 규제안을 내놨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정교한 정책이라기보다 ‘시그널’에 가까운 조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평등과 절망을 키우는 망국적인 부동산 공화국을 극복하겠다”고 밝히며 부동산 문제를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 2월13일에는 엑스(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에게 대출 만기 연장 혜택을 주는 것이 공정한가”라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대출 규제 강화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같은 날 금융권과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다주택자 대출 실태 점검에 착수하고 다주택자 대출 만기연장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약 한 달 반의 검토를 거쳐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일환이라고 할 수 있는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 제한을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포함시켰다.
금융위원회는 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제한하고, 수도권·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담대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총량 관리, 만기연장 제한, 우회대출 차단 등 대출 규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을 극복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과 동일한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책 메시지를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정책 요구에 금융위가 서둘러 대책을 내놨음에도 금융권에서는 ‘대출 조이기’만으로는 부동산 정책 구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국세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업권별 협회, 5대 시중은행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최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권에서는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핵심 목표로 삼은 ‘부동산 문제’ 해결 측면에서 정책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방안이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X의 지시사항에 맞춰 정책의 틀을 꿰어놓은 형태로, 실효성보다는 ‘시그널’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방안에서 정책 효과에 대한 정량적 시뮬레이션이나 구체적인 예측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결국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 역시 ‘예측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조치를 두고 완결성 있는 정책이라기보다 ‘정치적 메시지를 반영한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이라는 표현 자체가 강한 메시지이고, 결국 부동산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생각해둔 선까지는 계속 이렇게 강한 시그널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역할과 정책 범위 간 괴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번 대책은 ‘묘책’이라기보다 정부가 설정한 정책 방향을 시장에 전달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대출 규제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중요한 건 시장 참여자들이 인지할 수 있는 공급의 변화”라고 했다.
결국 ‘부동산-금융 절연’이라는 강한 프레임이 제시됐지만, 정부가 원하는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 타파’를 향한 시장 변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규제들이 실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며 “효과가 검증된 정책이라기보다 방향성을 제시한 수준으로, 당국도 해당 정책으로 인한 시장의 향방을 보고 또 조금씩 수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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