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전영묵·박종문 사장 투톱 체제로 새해를 맞이한다. 기존 전 사장을 유임하는 가운데 박 사장을 자산운용부문 전담 수장으로 삼아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포석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으로 보험업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 만큼 조직에 무리한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리스크 대비에 보다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8일 발표한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전 사장의 유임을 확정했다. 2020년 3월 선임된 전 사장은 경영성과를 인정받으며 3년째 삼성생명을 이끌어 왔다.
그는 삼성생명으로 입사해 사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과 삼성증권 최고재무책임자, 삼성자산운용 최고경영자 등을 역임했다.
전 사장의 유임은 계속되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불안한 시기에 수장을 교체하기 보다는 기존 리더십을 유지함으로써 경영 안정화에 방점을 찍겠다는 모양새다.
특히 내년부터 IFRS17이 본격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은 큰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는 크게 늘어난다. 요즘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과 더불어 이익 확대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다.
아울러 이날 삼성생명은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아 온 박종문 부사장을 자산운용부문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박 사장은 삼성생명 지원팀장 상무와 해외사업본부 임원을 거쳐 경영지원실과 CPC전략실장 등을 거쳤다.
박 사장은 2018년 12월 금융경쟁력제고 TF장으로 보임된 이후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지원,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발굴 등을 통해 금융의 미래 먹거리 창출과 경쟁력 제고를 지원해 왔다.
박 사장의 선임에는 성장과 위기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금리 리스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시장 상황에서 자산운용부문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수익 확대 기회까지 함께 도모하겠다는 의중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박 신임 사장이 불확실한 금융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준비에 집중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