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경고에 예·적금 금리 '요지부동'
예대금리차 확대 '부채질'…이용자만 혼란
'자취를 감춘 연 5~6%대 정기 예금'
최근 금융·경제란을 가득 채웠던 기사 제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시중은행들은 이를 예·적금 금리에 반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중은행에서는 연 5%, 저축은행에서는 연 6%대 이자율의 정기예금이 실종됐다.
이례적인 현상 이면에는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경고가 영향을 발휘했다. 단기 자금 시장과 회사채 시장 불안 속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 금리 결정에 직접 개입한 것이다.
올해 초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이자장사' 프레임을 덧씌워 예대금리 공시로 압박하던 행보와 대조적이다.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금융당국 눈치에 수신금리를 앞다퉈 올린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가 거세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다음 달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한은 역시 체면이 살지 않는다. 은행 금리가 시장 원리가 아니라 당국에 의해 결정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려도 은행들이 이를 따라가지 않으면, 무슨 실효성이 있냐"는 지적이다. 한은 통화정책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도 재정정책도 아닌 금융당국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당국의 입에 가장 큰 혼란을 겪는 쪽은 소비자다. 은행 예금금리는 5%가 채 안되는데, 대출 금리는 7%대를 울돌면서 예금자나 대출자 모두 울상이다. 속앓이를 한다는 은행권은 수신금리를 올리지 않아 조달비용은 되려 낮아지는 이득을 취했다.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당장 다음주 공개되는 코픽스 수치도 걱정거리다. 바로 직전 발표된 코픽스는 관련 공시가 시작된 2010년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코픽스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잣대가 되는 금리다.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오는 코픽스 증가폭은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경고가 이곳 저곳에 영향을 끼치는 형국이다.
최근 금융권에 한 동안 잊혀졌던 관치(官治)란 유령이 다시 떠돌고 있다. 관건은 결국 누가 방향타를 쥐던 그 목표에는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명분이 있더라도 소비자가 뒷전으로 밀려난 시장 개입은 주객전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