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탄생한 ‘로또’ 올해 20번째 생일
사행성·조작설 등 논란에도 꾸준히 인기
연매출 6조4000억원…20년 사이 두 배↑
차세대복권시스템 등 ‘업그레이드’ 시도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만약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흔히 로또는 서민의 꿈이라고 말한다. 적게는 몇천원 많게는 몇만원으로 한 주 동안 ‘재벌집 막내아들’이 된 마음으로 살아본다. 집을 사는 상상을 하고 차를 바꾸는 꿈도 꾼다. 멋있게 사직서를 던지는 자기 모습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대부분은 꿈에서 끝나지만 그래도 매주 누군가에겐 마법처럼 현실이 되는 게 바로 로또의 기적이다.
올해는 로또가 탄생한 지 스무 살이 되는 해다. 2002년 12월 2일 처음 발행된 로또는 당시 건설교통부 등 10개 기관이 모여 온라인복권을 만든 게 시초다.
로또 초기에는 그 주에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섯 차례까지 이월할 수 있어 당첨 금액이 수백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덕분에 로또는 출시 이후 급속도로 입소문을 탔다.
현재 로또는 (주)동행복권이 사업을 수탁해 발행과 추첨, 당첨금 지급 등을 관리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동행복권이 로또 사업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사업 총괄 책임과 관리 권한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이하 복권위)가 가진다.
복권위는 복권을 통합 관리하고 복권수익금 사용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2004년 4월 1일 출범했다.
복권위는 복권 발행과 판매 관련 효율적 구조를 확립하고, 복권기금의 합리적 배분과 사용에 관한 평가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주요 업무다. 물론 최종 목적은 복권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통해 복권이 국민의 건전한 레저문화로 정착되고, 생활 속 기부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역할이다.
복권위 출범 전까지는 당시 건교부, 과학기술부 등 10개 기관이 개별법률에 근거해 각자 복권사업을 하면서 과다한 경쟁을 발생시켰다. 정작 복권사업의 긍정적 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복권수익금 사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분산된 복권사업을 제대로 관리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복권시장 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복권위를 조직하게 됐다.
복권위는 출범 후 발행기관을 단일화해 기존 유통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인 기금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복권위는 기재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민간위원 12명, 정부위원 9명 등 모두 22인으로 구성된다. 복권위는 복권총괄과와 발행관리과, 기금사업과로 구성된 사무처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2008년에는 행복공감봉사단을 발족시켜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등에 연탄배달, 김장김치 담그기, 복지시설 생활보조 및 환경정화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현재 복권위에서 발행하는 복권은 총 12종이다. 온라인복권(로또) 1종을 비롯해 인쇄복권 3종, 인쇄·전자 결합복권(연금복권) 1종, 전자복권 7종이다.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연간 6조원에 이른다. 온라인복권이 5조1000억원으로 총매출의 86.0%를 차지한다. 인쇄복권 7.4%(4416억원), 연금복권 4.9%(2913억원), 전자복권 1.8%(1053억원) 순이다.
매출액 가운데 51.8%는 당첨금으로 지출한다. 40.9%는 복권기금에 쓴다. 7.3%는 위탁 및 판매 수수료다.
로또 발행 20년…운영 체계 고도화 추진
지난 1월 29일은 로또가 발행 1000회를 맞은 날이다. 복권위는 로또 발행 20주년을 맞아 앞으로 복권사업과 기금운용 체계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먼저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술 발전 추세에 따라 복권시스템에 클라우드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제도 유연성과 효율성을 키우고, 복권 발행비용도 절감할 계획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오는 2029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사전단계로 5기 사업 기간(2024~2028년)에 기능별로 분리된 서버를 가상화 기술로 통합한다는 목표다.
복권위는 “현행 복권시스템은 일정 주기로 하드웨어 장비를 전면 재구축하는 방식이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며 “기능별로 분리된 시스템을 통합하고 최적의 클라우드 모델을 도출한다면 복권 발행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뿐만 아니라, 복권시스템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10월부터 사업 관련 타당성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내년에는 BPR·ISP(업무 재설계 및 정보화 전략 계획) 및 정보시스템 마스트플랜(ISMP)을 추진하고 시스템 구축 이후 안정화 방안을 강구한다.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른 새로운 복지 수요에 대한 복권기금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법정 배분제도 개선을 포함해 복권기금 경직성을 완화해 사업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재원을 배분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더불어 저소득·취약계층을 위한 공익사업도 연례·관행적인 지원을 탈피해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라 지원 우선순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다.
지난 2일에는 로또 발행 20주년을 맞아 ‘복권의 새로운 역할과 발전과제’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도 열었다.
차세대 복권시스템 개발과 복권기금 운용체계 효율화 방향 등 복권제도 발전방안에 대한 공론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책토론회는 2개의 세션으로 구성, 첫 번째 세션에서는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온라인복권시스템 개발’ 추진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복권위에 따르면 이날 참석자들은 복권사업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복권 발행비용 절감을 위해 클라우드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는 토론자 모두 동의했다. 일부 토론자는 민간투자형 소프트웨어사업에 대해서까지 대기업 참여 제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법정배분제도 개편 등 복권기금사업의 효율성 제고 방향’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참석자들은 법정배분제도가 2004년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정 이후 변화 없이 운용되고 있어 기금운용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법정배분기관은 자체 재정 여력 한계가 있어 법정배분제도가 지속 유지될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복권위는 “토론회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차세대 복권시스템 개발 추진방안과 복권기금 사업이 국민의 복지증진에 더욱 이바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또, 현금 대신 ‘페이’로 결제하는 방법 고민 중”
[인터뷰] 김서중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최근 각종 모바일을 통한 거래가 많아지면서 현금을 소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편의 제고를 위해 현금과 같은 각종 페이(pay) 방식을 (복권 구매에) 허용할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편의성도 높이고 사행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복권기금은 저소득·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지원한다.
대표 사례로는 ▲저소득층 주거안정 임대사업 5500억원 ▲저소득 한부모 가정 양육비 지원 4213억원 ▲저소득층 중·고생 장학금 1061억원 ▲저소득 근로자 햇살론 보증 2365억원 ▲학교 밖 청소년 지원 1431억원 ▲국가유공자 지원 714억원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400억원 등이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지원은 복권위원회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김서중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은 사무처장 부임 후 직원들에게 복권정책을 추진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대목으로 복권에 대한 국민 신뢰를 꼽았다. 국민 신뢰가 있어야 복권사업이 성장할 수 있고, 이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더 많은 수익금을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돕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서중 사무처장은 “복권은 매출을 높이는 것만큼 건전성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며 “기금운용 경직성을 완화하고 공익성을 높이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로또는 종종 조작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대부분 근거 없는 낭설 수준에서 끝나지만, 때론 그럴듯하게(?) 포장돼 음모론으로 커지기도 한다.
김 처장은 이러한 조작설에 대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로또 추첨은 일반 방청객은 물론 경찰관까지 입회해 생방송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생방송 전에 경찰관과 방청객들이 추첨기 정상 작동 여부, 추첨 볼(ball) 크기와 규격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있어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에는 정치권까지 조작설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감사원이 나서 전문가 집단과 함께 감사를 벌였다. 4개월간 조사 결과 조작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로또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당첨금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로또가 대중화하면서 이용자가 늘어나고, 그만큼 당첨자 수도 많아지면서 1등 금액이 줄어든다는 불만이다.
로또 판매가격이 1경기 기준 2000원이던 2003년에는 역대 최고 당첨금인 407억원 ‘잭팟’이 터진 바 있다. 당시 전(前) 회차에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이월된 영향이 컸다.
로또 매출액은 지난 2004년 3조5000억원에서 올해 6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매출만 보면 복권위에서는 반가울 일이지만 과도한 매출 증가는 국가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2004년 8월 1일부터 로또 구매 가격을 절반(1게임 1000원)으로 낮추고 당첨금 이월 횟수도 2회로 제한했다. 이후 평균 당첨 금액은 세전 10~20억원 안팎으로 낮아졌다. 일부에서는 ‘서민의 꿈’이라고 하기엔 당첨액이 너무 적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로또 당첨금은 당첨자 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당첨자가 1명인 경우 250억원 전후가 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판매가격을 2000원으로 다시 높이는 데 비판적이다.
김 사무처장은 “로또 당첨액은 당첨자 수에 따라 가변적이므로 발매가격 인상으로 당첨 금액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첨금 이월제한과 발매가격 인하는 복권의 사행성을 억제하고 국민의 건전한 여가문화로 정착되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대신 현금으로만 로또를 구매하도록 한 규정은 수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카드 소비가 늘어나면서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는 국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 사무처장은 “최근 각종 모바일을 통한 거래가 늘어나면서 현금을 소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편의 제고를 위해 현금과 같은 각종 페이 방식을 허용하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