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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국 제2 반도체법까지 만들 판…韓 낙관론만 기댈건가 [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02.06 11:35 수정 2023.02.06 14:3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메모리 비중 높은 K-반도체, 파운드리·팹리스 밀리며 실적 악화

美·日 등 파운드리 생태계 활성화 위해 조 단위 투자 나서

기업 기술개발·정부 정책지원 나서는 동안 韓 국회는 여전히 뒷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12조1100억원 vs 2700억원.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받아든 4분기(10~12월) 반도체 성적표다. 반도체 다운사이클 속에서도 TSMC가 3개월간 12조원을 넘어서는 순이익을 거둔 반면 삼성전자는 TSMC의 3%도 채 되지 않는 '어닝쇼크'를 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우위 시장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수요 침체 여파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그나마 4분기는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무려 3조원대의 적자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면 TSMC는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꼽히는 파운드리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에도 고성장이 예상된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할 핵심 산업으로 주목되면서 더욱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잘 알고 있는 기술강국들은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며 파운드리 생태계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키옥시아, 토요타자동차 등 8개사가 뭉친 라피더스를 만들어 최첨단 파운드리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2027년까지 2나노미터 공정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것이 목표다. 기술 국산화를 위해 미국 IBM과 제휴하고 미국 연구 거점에 기술자를 파견할 계획이다.


지난해 파운드리 분야 재진출을 선언한 미국 인텔은 2023년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고 2024년 하반기에 2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도체 설계 뿐 아니라 제조까지 아우르는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각 글로벌 기업들이 파운드리 패권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연구·개발 거점 비용 등으로 700억엔(약 6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반도체법을 통과시키며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법은 반도체 제조업체에 50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미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반도체 설계 주도권 유지·강화를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제2 반도체법' 도입 가능성을 높였다. 팹리스(디자인·설계) 분야에 300억 달러(약 39조원)의 연방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로, 대규모 지원으로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운드리 생태계에 미국, 일본이 새롭게 참전하면서 2027년 이후 파운드리 시장은 한국-대만 중심에서 대만-한국-미국-일본 구도로 다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각국 기업들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어 기술 개발에 뛰어드는 만큼 글로벌 경쟁구도 변화는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메모리에서는 선두주자이나 파운드리·팹리스에서는 경쟁국에 밀리고 있는 한국 반도체는 하루 빨리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재 양성과 더불어 R&D 투자에도 속도를 내며 추격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기업만 운동화 끈을 조여서 될 일이 아니다. 대만, 미국, 일본 기업이 정부의 탄탄한 지원으로 속도전에 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만 제대로 된 법안·정책 뒷받침 없이 홀로 경쟁에 나선다면 살아남기 힘들다.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한국 수출의 20%를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는 것을 정부와 국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경쟁국에서 '제2 반도체지원법'까지 나오려는 판국에 한국 국회는 반도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안에 여태까지 뒷짐만 지고 있다.


"무역수지는 점차 개선될 것"(추경호 경제부총리)이라는 낙관론에 기대기에는 한국 경제에 불어닥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K-반도체가 맞이한 위기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경쟁국 수준을 넘어서는 지원이 반드시 투입돼야만 한다. 국회와 정부는 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한편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 전략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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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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