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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파산 현실로③] '고금리 제동' 나비효과?…중앙은행에 쏠린 눈


입력 2023.03.16 06:00 수정 2023.03.16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내주 FOMC 동결론까지 대두

'매파 본색' 파월 행보에 '발목'

'금리 차 고민' 한은 '어부지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 동안 뇌리에서 사라졌던 은행 파산이란 단어가 다시 현실로 등장했다.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폐쇄가 불거질 수 있다는 후문이 시장에 퍼진 지 불과 이틀 만에 소문은 사실이 됐다. 아직 지구 반대편에서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 떠올리기 싫은 10여년 전 그 날의 위기도 이렇게 다가왔다. 금융시장이 맞닥뜨린 위기의 현주소과 아픔의 재현을 막기 위한 역사의 교훈을 되짚어 본다.<편집자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워싱턴·AP=뉴시스

미국에서 잇따른 은행 파산 사태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기준금리에 제동을 걸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달 또 다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하며 매파 본색을 드러냈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행보에 심각한 변수가 등장했다는 평이다.


미국과의 벌어지는 금리 격차에 고심하던 한국은행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어부지리를 얻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광범위하다"며 연준이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시장의 전망은 일주일 새 급반전한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미 연준이 이번 달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파월 의장이 쏟아낸 매파적 발언의 영향이었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최종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격적 금리 인상이 SVB 사태의 배경이 됐다는 비판은 미 연준의 행보에 급브레이크를 걸 전망이다. SVB 파산은 고금리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고객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지면서 벌어졌다. SVB의 지주사인 SVB파이낸셜은 거의 18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보더라도 보유한 매도가능증권 대부분을 팔겠다고 선언했고, 발표 이틀 만에 곧바로 은행 폐쇄가 결정됐다.


그러면서 SVB 측은 미 연준이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여파로 기술기업들의 돈줄이 말라버리면서 SVB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이 끊겼고, 이로 인해 과거 비싸게 샀던 채권을 낮은 가격에 팔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이후 일곱 차례 걸쳐 공격적인 인상을 이어 왔다. 특히 같은 해 6월부터 7월, 9월, 11월에는 각각 기준금리를 0.75%p씩 올리며 유례없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어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에도 각각 0.50%p와 0.25%p씩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에 따른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추이. ⓒ뉴시스

이번 달 FOMC 결과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던 한은도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한은은 당초 미국의 이번 금리 인상 폭과 그에 대한 판단 근거 등을 토대로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영향까지 살펴본 후 최종 금리 수준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한은 입장에서는 최근의 변화 기류가 반가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속도조절 모드로 진입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부담이 완화될 수 있어서다. 기축 통화국인 미국과의 과도한 금리 차는 국내 자본지상에서의 자금 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그럼에도 미국의 금리차는 최대 1.25%p까지 벌어진 상태다. 만약 미 연준이 예측대로 이번 달 빅스텝을 단행한다면 이 같은 격차는 1.75%까지 벌어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는 한미 간 역대 최대 금리 역전 폭인 1.50%p를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VB 폐쇄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제동을 거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 여지가 생겼다"며 "미국과의 격차 때문에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한은으로서는 어느 정도 숨고르기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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