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美 “갈 길 멀다”·韓 “이만하면 OK”…달라진 한미 물가 인식


입력 2023.03.24 15:07 수정 2023.03.24 15:08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코로나 이후 같은 의견 보이던 양국

최근 들어 물가·경제 인식 차 보여

美 기준금리 지속 상승 때 韓 ‘동결’

금리 역전 최대…자본 유출 우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보폭은 달라도 방향은 같았던 한미 양국의 물가 인식이 최근 들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2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번 결정으로 미(美)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연 4.75~5.00%로 상승했다.


연준은 금리 인상 결정 이후 성명서를 통해 “최근 지표는 지출과 생산에서 완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는 최근 몇 달간 증가했으며 견조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의장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석자들이 올해 안으로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우리가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과 파월 의장 말을 종합하면 물가 부담이 여전한 만큼 금리를 통한 압박을 당분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지속 상승)이 심화하는 데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이 초래한 금융 불안 등 연이은 악재가 이런 결정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 물가 상승률이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 정책 방향을 틀고 있다. 여전히 물가 안정이 최우선 정책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내수 진작을 위한 소비 쿠폰 발행 등을 고민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당시 “2월 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해서 (전월 대비) 0.4%p 낮아진 모습을 보였는데 물가 상승세 둔화는 당분간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3월에 특별한 기상악화 요인이 없으면 2월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7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 달 물가를 4.5%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 것과 비슷한 견해다. 추 부총리는 “2분기에는 훨씬 낮은, 어쩌면 3% 물가 수준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표. ⓒ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표. ⓒ연합뉴스

물가 관련 양국 인식 차만큼 금리 역전 또한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한미 기준금리 차는 기존 1.25%p에서 1.50%p로 확대했다. 한미 금리 차는 2000년 5~10월 1.50%p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폭이다.


특히 다음 달 예정하고 있는 한국은행 금리 인상도 정부 당국의 물가 정점 인식에 따라 지난달에 이어 동결 가능성이 크다. 만약 다음 달에도 금리를 동결할 경우 한미 금리 역전은 종전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앞으로 양국 물가 인식 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지난 14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 지난해 8%대였던 물가상승률이 8개월 연속 상승 폭을 줄이고 있음에도 연준 목표치(2%)와 차이가 크다. 연준에서 올해 안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일은 없다고 못 박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물가안정목표 2%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수출과 내수 모두 극심한 부진을 계속하면서 경제 전반에 드리운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상하고 한은은 지속 동결한다면 금리 차에 따른 자본 유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환율 상승에 따른 무역 수지 악화와 금융 투자 모두에서 변수들이 커진다. 자칫 물가에 대한 양국 인식차가 악화일로(惡化一路)인 한국경제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