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 문건 유출 사전정보 못 받아…좋지 않아"
"이런 상황 아무 도움 안돼…백악관 평판에도 안 좋아"
美 국무 "우크라 영토 되찾는 데 성공 확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 중 우크라이나 군의 역량이 평가 절하됐던 점 등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에 미국 정부는 "현재가 아니라 과거를 평가한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세계 언론 자유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러시아 침략에 맞서 반격을 수행할 역량이라는 측면에서 우크라이나가 한 달 전, 두달 전, 세달 전과 현재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이 직면할 문제를 적시했던 기밀 문서와 관련 "특정 시점을 반영한 것이며, 항시적인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더 되찾는 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유출 문건에 담긴 "놀라운 정보"로 우크라이나와 다른 나라들이 이득을 봤으며, 그에게 문건 유출과 관련해 분노를 표출한 외국 정상은 아직 없었다고 전했다.
잭 테세이라 미 공군 소속 일병으로 인해 유출된 기밀 문건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수준의 영토 회복' 정도만 얻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WP는 해당 문서를 2월 초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만든 것으로 추정했다
기밀문서에는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반격을 앞둔 상황에서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거나 우크라이나가 지난 2월 전쟁 1주년에 맞춰 러시아 영토 반격에 나서려 했지만 미국이 만류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유출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의 어떤 부대가 반격 준비가 됐는지 등의 자세한 내용도 담겼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해당 문건 유출 당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데 따른 해명으로 보인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문건 유출 사태 전에 백악관이나 미 국방부로부터 언질을 받지 못했다"라며 "우크라이나는 관련 정보를 받지 못했고,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아주 나쁜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당시 자신이 대화 내용 출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백악관 평판에도 좋지 않고, 미국에도 이롭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일부에선 과장된 내용도 있다"며 "하지만 적에게 사전에 정보를 주는 그 모든 것이 우리에겐 마이너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유출 사태가 미국과의 신뢰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우리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면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자리라면 나는 그렇게 한다. 하지만 위험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