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공화국 만들 건가" 경제계, 노란봉투법 저지 총력전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3.05.25 15:16  수정 2023.05.25 22:33

경제단체 이어 업종단체도 노란봉투법 반대 공동성명 발표

보고서, 카툰북, 토론회 통해 노란봉투법 폐해 알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중단을 촉구하는 경제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강행하려는 야당의 움직임에 경제계가 결사 저지에 나섰다.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 의결을 전후로 경제단체와 업종단체들이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다양한 경로로 노란봉투법의 폐해를 알리며 여론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30개 주요 업종단체들은 25일 오후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철강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이번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앞서 경총을 비롯,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야당의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직회부 의결 전날인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중단 촉구 경제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 올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호소였으나 결국 24일 야당이 직회부를 의결하자 경제 6단체는 재차 성명을 내고 당명까지 언급하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노란봉투법 통과시 기업과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며, 법안 처리를 강행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30개 주요 업종단체 부회장단이 25일 오후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최규종 상근부회장, 대한석유협회 정동창 상근부회장,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박태성 상근부회장,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주소령 상근부회장,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강남훈 회장, 경총 이동근 상근부회장, 대한건설협회 안시권 상근부회장, 한국석유화학협회 송유종 상근부회장,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윤갑석 상근부회장, 한국철강협회 변영만 상근부회장

경제계가 이처럼 절박하게 노란봉투법 저지에 나서는 것은 산업생태계 붕괴와 노조의 줄파업을 초래할 만한 내용이 개정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을 넓혀 하청 노동자의 쟁의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노조법 2조 개정안과,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파업 근로자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3조 개정안으로 구성된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사용자를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는 모호하고 추상적 개념으로 정의한다. 노동조합법에 사용자에 대한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모호한 사용자 지위 기준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법적안정성을 침해한다.


국내 제조업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별로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상황에서 노조법 2조 개정안이 발효되면 원청 사업주를 향한 각 단계 하청의 교섭 요구가 빗발칠 것이고 사업주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단체교섭 거부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그걸 피하기 위해 연관된 모든 사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무한대로 짊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대로라면 부당해고, 해고자 복직 등 사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은 물론, 기업의 투자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


상급 단체인 산별노조나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거대노조가 정치파업을 하더라도 산하 사업장 노조가 근로조건의 해석을 핑계 삼아 쟁의권을 확보한 뒤 참여할 수도 있다.


산업현장이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리고, 민간 기업이 정치 파업에 휘말려 문을 닫는 상황이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이 민사상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노란봉투법 도대체 뭐길래... 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파장' 카툰북 주요 내용. ⓒ대한상공회의소

경제계의 입장이야 어찌 됐건 노란봉투법은 국회 본회의에 오르게 됐다.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167석)과 정의당(6석)의 의석수를 감안하면 본회의 의결은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없다. 노란봉투법을 저지할 마지막 희망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뿐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등 두 차례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란봉투법에다 세 번째 거부권을 꺼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수 있다.


경제계는 성명 발표 외에도 다양한 경로로 노란봉투법의 문제점을 알리며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 거부권 행사에 따른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경제 6단체가 지난달 제작‧배포한 ‘노란봉투법 도대체 뭐길래...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파장’ 이라는 제목의 카툰북이 대표적이다. 노란봉투법 입법이 이뤄질 경우 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파장을 알기 쉽게 카툰으로 만들어 더 많은 국민들이 노란봉투법의 실상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밖에 전경련이 지난 24일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문제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경총이 22일 ‘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의 문제점’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각 경제단체별로도 전방위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가뜩이나 노동계로 기울어진 힘의 균형을 완전히 치우치게 할 만큼 기업의 방어권을 약화시키고 노조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일부 정치인들에게는 산업 생태계 붕괴가 아무 일도 아닐지 모르겠지만 기업들로서는 생존 여부가 달린 일인 만큼 절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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