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는 눈만 찝고, 쏘렌토는 갈아엎고…각양각색 페이스리프트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3.10.01 06:00  수정 2023.10.01 06:00

풀체인지 주기 사이 디자인‧상품성 일부 변경해 판매량 견인

소폭 변경이 기본이지만, 내장‧파워트레인 변경 사례도

전동화 전환 추세로 내연기관차 풀체인지 모델 개발 당위성 사라져

페이스리프트 반복하며 내연기관 종말 시대까지 '연명' 전망

올해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G 모빌리티 '더 뉴 티볼리', 현대자동차 '더 뉴 아반떼', 르노코리아자동차 '더 뉴 QM6', 기아 '더 뉴 쏘렌토' ⓒ각사

자동차에도 생애주기가 있다.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돼 따끈따끈한 ‘신상’ 취급을 받을 때는 잘 팔린다. 하지만 신차효과는 기껏해야 3~4개월이고 이후 몇 년간 차종의 선호도가 오롯이 반영되는 판매량을 보이다가 3~4년쯤 지나면 판매량이 하향곡선을 그린다. 소비자가 싫증을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통상 풀체인지 주기가 5~8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애주기의 절반 이상을 퇴물 취급을 받으며 살아갈 운명이다.


그렇다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풀체인지를 3년 마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자동차 업체들이 짜낸 묘수가 있다. 풀체인지 주기의 중간쯤 가벼운 변화를 가하는 것이다. 이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라 부른다.


페이스리프트는 ‘얼굴의 주름을 없애는 성형수술’을 뜻한다. 자동차의 페이스리프트도 비슷한 의미다. 새로 태어날 수 없으니 원판에 성형을 가하고 일부 사양을 추가해 상품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신차효과에 준하는 판매량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고도 신차를 출시한 것처럼 떠들썩하게 홍보하지만 이 바닥에서도 일종의 룰이 있다. 차명 앞에 붙이는 수식어 ‘뉴(New)’ 앞에 ‘올(All)’이 붙는지 여부다. 차명이 ‘디 올 뉴 XX’면 풀체인지 신차고 ‘더 뉴 XX’면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간혹 ‘쏘나타 디 엣지’나 ‘모닝 어반’, ‘티볼리 아머’ 같이 특이한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대부분 페이스리프트로 보면 된다.


통상적으로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풀체인지에 비해 변화의 정도가 작다. 투자비용이 제한된 관계로 기존 생산공정과 금형을 되도록 유지하는 상태에서 변화를 가해야 하는 만큼 크게 뜯어고치긴 힘들다.


현대차 더 뉴 아반떼. 기존 모델과 비교해 변화의 정도가 작다. ⓒ현대차

올해 출시된 현대자동차 ‘더 뉴 아반떼’나 르노코리아 자동차 ‘더 뉴 QM6’, KG 모빌리티 ‘더 뉴 티볼리’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디자인의 틀을 유지한 채 그릴이나 램프 등 전면 디자인 위주로 소폭의 변화를 가했다. 성형수술로 치면 ‘눈만 찝은’ 정도다.


반면, ‘갈아 엎었다’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대대적인 성형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투자 여력이 큰 현대차‧기아가 기존 모델의 디자인 선호도가 떨어져 판매실적이 신통치 않을 때 큰 변화를 준다.


8세대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쏘나타 디 엣지’가 대표적이다. 측면과 후면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전면 디자인은 기존 8세대 모델과 전혀 딴 판이다. 동생 ‘더 뉴 아반떼’는 원판 디자인부터 호평 일색이었기에 간단한 시술로 끝났지만, 8세대 쏘나타는 디자인적 호불호가 컸던 관계로 수술대에 누워야 했다.


다른 가족들과 혈연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얼굴을 뜯어고치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에서 새로운 패밀리룩을 정립할 때다. 풀체인지 모델들은 줄줄이 같은 얼굴을 하고 나오는데 홀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순 없으니 페이스리프트를 하는 김에 패밀리룩의 특징을 심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쏘나타 디 엣지’는 헤드램프가 한줄로 연결돼 ‘일자눈썹’으로 불리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적용했다. 기아 3세대 모닝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모닝 역시 별자리를 형상화한 ‘스타맵 시그니처 스타맵 라이팅’ 패밀리룩을 적용했다. 이 패밀리룩의 원조는 지난 6월 출시된 대형 전기 SUV ‘EV9’이다.


기아 더 뉴 쏘렌토 내부. ⓒ기아

흔치 않은 경우지만 외관은 물론 실내 디자인, 파워트레인까지 교체하는 신차급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4세대 쏘렌토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쏘렌토’의 경우 기존 디자인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지만 패밀리룩에 맞춰 과감하게 뜯어 고쳤다. 여기에 대시보드를 들어내고 새로 교체해 실내 디자인 테마를 수평형 레이아웃으로 바꿨다. 기존 센터페시아 중심의 디자인을 유지할 경우 디지털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을 하나로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수 없단 이유에서다.


가벼운 변화처럼 보이지만 제조사 입장에서 부품 금형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실내 디자인 변화는 비용적으로 큰 부담이다. 한 집안 식구이지만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한 현대차 싼타페가 5세대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은 상황에서 판매 간섭을 피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4세대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모델. ⓒ현대자동차

지난 7월 출시된 5세대 싼타페 이전 모델인 4세대 싼타페는 지난 2020년 페이스리프트 과정에서 안팎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디자인은 ‘메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혹평을 들었지만 성능 측면에서는 플랫폼과 구동계까지 교체한 이례적인 사례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현대차가 새롭게 개발한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구동계도 스마트스트림 2.2ℓ 디젤 엔진에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새로 적용했다. 풀체인지가 아닌데도 뼈대와 심장까지 교체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기는 없었을지언정 자동차 업계 페이스리프트 역사에는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셈이다.


내연기관 풀체인지는 없다?…複數 페이스리프트 추세 이어질 듯


업계에서는 앞으로 페이스리프트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들의 생애주기를 연장할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내연기관 기반 차량의 풀체인지를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할 당위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세대 모델을 베이스로 여러 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까지 연명할 가능성이 크다.


더 뉴 QM6. ⓒ르노코리아자동차

이미 복수(複數)의 페이스리프트를 가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2016년 처음 세상에 나온 르노코리아 QM6는 2019년 6월과 2020년 11월에 이어 올해 3월 세 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출시됐다. 풀체인지 없이 8년째 1세대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1월 탄생한 티볼리 역시 9년째 페이스리프트만 세 번 거치며 1세대 모델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2017년 ‘티볼리 아머’, 2019년 6월 ‘베리 뉴 티볼리’에 이어 올해 6월 ‘더 뉴 티볼리’로 세 번 얼굴을 바꿨다.


중견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신차 투자에 적극적인 기아도 경차 모닝까지 풀체인지에 돈을 들일 여력은 없는 듯 하다. 2017년 1월 출시된 3세대 모닝을 기반으로 2020년 5월 ‘모닝 어반’을 출시했고 올해 7월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모닝’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풀체인지 신차를 내놓으려면 차체 형상부터 플랫폼과 파워트레인까지 완전히 바꿔야 하는데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누가 새로 엔진을 개발하겠는가”라며 “결국 앞으로 내연기관차들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명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 뉴 모닝'. ⓒ기아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