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제정 후 세부지침 만들기… 껍데기만 특별법
미래차 경쟁력 높인다더니 인재양성 프로그램은 '공중분해'
굴뚝산업 아닌 '첨단산업' 인지 우선돼야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현대자동차
"미래차 특별법은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차이를 모릅니다."
유명무실(有名無實). 이름만 그럴 듯 하고 실속은 없다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다. 한 달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미래차 특별법'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미래차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은 전기차나 수소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으로, 특히 내연기관 중심에 머물러 있는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골자로 한다.
3년 간 국회에 계류돼있다 지난해 12월에서야 겨우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업계 내에서는 기대의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올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완성차 업체와 달리 규모가 작아 전동화 전환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 부품업계에서 겨우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본 이들 사이에서는 환호보다 한숨소리가 앞선다. '특별법'이라는 요란한 겉치레에 맞지 않게 알맹이는 텅 비어 있어서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우려다.
가장 큰 문제는 하위법령이나 세부시행령이 법 시행일 이전까지 갖춰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하위 법령과 세부 시행령에 대한 대비를 갖추고 법을 제정했어야 했지만, 미래차 특별법의 하위 법령은 이제부터 만들어야하는 단계다. 해외 각국의 미래차 관련 법안들이 수백,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하위 법령과 세부 시행령을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법안을 촘촘히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하위 법령과 세부 시행령을 가로막는 건 시간 뿐이 아니다. 법령을 제정하기 위해 다른 법안과 충돌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예를들어 국내 완성차 업체의 광명이나 부평 공장은 조특법상 수도권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규제가 적용되는 부품사를 지원하기 위해선 조특법을 고쳐야하는 식이다.
'미래차'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가 낮다는 점은 앞으로의 미래차 특별법에 우려를 더한다. 미래차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법안은 마련해놓고, 정작 3년 전부터 진행되던 미래차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은 엉뚱한 부처에 맡겨 올해부로 와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학계와 협력해 3년 전부터 진행해온 '미래차 현장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2030년까지 미래차 현장인력 전문가를 600명 이상 배출하겠다는 목표로 실시된 산업부 대표 사업이었다.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 전문가를 일찍이 양성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에서 시작해 지난해에는 자동차 거점 기관들이 대부분 합류하며 몸집을 키웠다.
기존 최소 5년간 진행하기로 예정됐던 이 사업은 3년 만에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그 배경이 아주 기가 막히다. 지난해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한 탓도 있지만, 해당 사업의 주관 부처가 고용노동부로 이관된 것이다.
전기차 기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현장 노동 인력을 주관하는 노동부 산하로 배치시켰다는 점은 미래차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가 얼마나 떨어지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래차 전문 인력과 한국의 미래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래차 특별법'을 통과시켜놓고, 정작 미래차의 경쟁력이 소프트웨어와 첨단기술에서 나온다는 점은 간과한 셈이다.
미래차 특별법이 정부의 의도대로 한국의 미래차 경쟁력을 높이는 토대가 되기 위해선 '미래차'로 대표되는 전기차, 수소차 등이 더이상 과거의 내연기관차가 아니란 점을 먼저 인지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굴뚝산업에 무게를 두고 세부 시행령을 짠 미래차 특별법은 금세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미래차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법안을 일찍이 시행한 중국,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하면 한 발짝 늦은 시작이지만, 미래차의 본질을 바라보고 글로벌 시장 경쟁의 핵심을 들여다본다면 결코 늦지 않다. 발빠른 규제 개선과 실질적인 예산 확보, 충분한 자문을 통한 하위법령 마련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우리 자동차 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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